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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을 기르면서
박기영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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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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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하였다. 이는 쉽게 말해서 인간이란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의 관리자요 그 지배자라는 인간예찬적인 말이다.

 허나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나 예찬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영장답게 생각하고 판단하며 또 행동하여야 한다는 다분히 규범적이고 교조적인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들이 엮어내고 있는 실사회에서는 그 사고와 행동이 영장은 커녕 하찮은 미물(微物)의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그럴 때 흔히 원용되는 표현이 이른바 ‘짐승만도 못하다’는 어투다.

하여 고래로 이성적 판단과 논리적 해석을 거부하며 영장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흔히 ‘막고 품는다’는 우리 속담처럼 영장의 지배대상인 짐승이나 파충류등의 것들과 비교, 설명하는 비유적 설득방법을 응용하여 왔다.

예컨대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고자 할 때엔 늙은 가마귀에 대한 새끼가마귀의 효행이 인용되어졌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말할 때에는 송아지를 핥아주는 어미소나 새끼들에게 자기 몸을 먹이로 제공하고 일생을 마감해 버리는 우렁이의 희생이 예시되어졌으며, 은공자에 대한 의리나 충절을 논급할 때에는 흔히 개(犬)들에게 관련되어진 미담들이 소개되어졌다.

이처럼 인간 주변에 산재한 동물들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지배와 관리의 대상이었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인간에게 보여온 가르침과 교훈적 행동은 적지가 않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해져 있고 또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은 단연코 개(犬)들이 엮어낸 사연과 미담들이다.

우리 지역 오수가 배경이 되어 전래되고 있는 의견(義犬)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바이지만, 1993년 대전으로 팔려갔던 다섯 살 박이 진돗개가 옛집을 찾아 7개월 동안이나 헤매다가 마침내 귀소(歸巢)하여 천수(?)를 다했다는 ‘백구이야기’는 이후 전남 진도군 돈지마을을 명견(名犬)의 중심지로 정착시켜 놓았다.

더 더욱 우리의 가슴을 웅클하게 하고 있는 것은 1935년 이웃나라 일본에서 있었던 애견 ‘하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시 동경도(都) 시부야에 살고 있던 동경제대 우에노 교수는 1923년 제자로부터 흰둥이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받아 ‘하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 개를 유별나게 예뻐하며 길렀단다. 그리고 ‘하치’는 그러한 우에노 교수에게 보은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침엔 시부야 역으로 따라 나가 출근하는 우에노 교수를 배웅하고, 또 저녁때엔 퇴근하는 우에노 교수를 마중하기 위해 다시금 시부야 역으로 나가기를 반복하며 행복하게 살았단다. 그러던 어느날 우에노 교수는 강의도중에 강단에서 쓰러졌고 그로 인해 1925년 5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단다.

그런데 우에노 교수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 리가 없던 ‘하치’는 그로부터 10년 동안을 하루 같이 저녁때만 되면 시부야 역으로 마중을 나가 우에노 교수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1935년 3월 기나긴 기다림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단다.

그 후 ‘하치’에 관한 이야기는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각지로 전파되어 기념사업들이 진행되어졌고 또 수개국에서 ‘하치’의 일화가 영화로 제작되어 절찬리에 상영된 바도 있다는 이야기 이다.

참으로 애절하고 경이로운 이야기들이다.

헌데 이러한 일화들에 연유된 것은 아니지만 필자도 현재 열세 살짜리 애완견 한 마리와 두 살이 채 안된 진돗개 한 쌍을 기르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이들 세 마리의 개들은 애견가들이 기대한 바대로 나에게 충실한 부관이자 신변 지킴이 노릇을 실천하고 있다.

하여 필자는 이들 강아지들를 기르면서 사람들이 원칙과 상식을 벗어날 때면 왜 ‘개만도 못하다’는 핀잔을 가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며, 또 나날이 피폐해져가는 인간사회의 개선을 위해 개들만이 갖고 있는 훌륭한 덕목과 생활의 원칙들을 눈여겨 학습하는 습성을 갖게 되었다.

 박기영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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