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천포 다리’에서 본 ‘전북 중추도시권’
‘목천포 다리’에서 본 ‘전북 중추도시권’
  • 김상모
  • 승인 2015.02.04 17: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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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목천포 다리’가 철거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만경강을 가로질러 익산 목천동과 김제 백구면을 연결하는 ‘목천포 다리’는 전주에서 익산을 거쳐 군산을 연결해주는 ‘전군가도’의 일부다. 어떤 학자는 1928년 이래 일제 강점기 미곡 수탈의 통로로 활용되면서 우리 민족의 애환이 스며든 ‘목천포 다리’를 역사적으로 보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목천포 다리’가 일제 수탈의 통로였다면 이제는 연담도시를 이어주는 가도로서 ‘번영로’의 역할을 한다.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 등 다섯 개 시군은 작년 초 협약을 맺고 전북 중추도시권을 구성하였는데 그 가운데 지점이 바로 ‘목천포 다리’다. 작년 말 전라북도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중앙부처와 함께 수립한 ‘전북발전 5개년 계획’에도 중추연담도시권 육성을 위한 기반 구축이 명시되어 있다. 계획에 따르면 전주·익산·군산 구 도심부는 근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이와 함께 K-FOOD 클러스터 조성, 중추도시권 철도관광벨트 구축, 노후산업단지 재생 등도 추진한다.

이처럼 여러 시군이 갈등 없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갈 때 연담도시의 번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미국의 댈러스시와 포트워스시의 경쟁과 협력사례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미국 남서부지역 텍사스주 북부에 ‘댈러스/포트워스 메트로플렉스(DFW)’라는 커다란 연담도시가 있다. DFW는 인구가 650만 명이 넘어 인구기준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메트로폴리탄지역이다.

 연담도시로서 DFW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한 DFW국제공항이다. 댈러스와 포트워스의 공동소유인 DFW공항은 항공기 이동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붐비고,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승객이 오간다. DFW공항을 허브로 사용하는 아메리카 에어리안 항공사는 DFW에서 가장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가운데 하나인 엑손모빌도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박찬호와 추신수가 뛰어서 유명한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팀과 미식축구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홈 구장도 이곳이다. 말 그대로 DFW공항은 달라스와 포트워스를 연담대도시로 이끌어낸 ‘교두보’이고 대기업 본사를 유치해 낸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그렇지만, DFW국제공항의 탄생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는 분열과 경쟁의 시기가 있었다. 1953년 포트워스는 달라스 공항에서 불과 19km 떨어진 곳에 신규공항을 짓고 경쟁을 시작했지만 1960년 텍사스 항공교통의 1%밖에 차지하지 못하면서 실패일로를 걸었다. 반면 댈러스 공항은 점차 혼잡해져 갔으나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분열과 경쟁에 따른 비효율이 도드라진 시기였다.

 이후 공동 건설의 시기를 맞았다. 1960년대 초반 연방항공청은 댈러스 공항과 포트 워스 공항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기로 하고, 두 도시가 하나의 공항부지를 선정하도록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도시 사이에 새 공항부지가 정해졌고 1974년 새 DFW국제공항이 개장되었다. 북부 텍사스위원회는 두 도시가 공동으로 공항을 건설하도록 하는 산파역할을 했다. 북부텍사스공항위원회 설치와 공항건설은 DFW지역주민의 레퍼렌덤(주민투표)으로 확정되었다.

 재조정의 시기도 거쳐야 했다. 당초 댈러스와 포트워스와 새 통합공항이 생기면 달라스 공항과 포트워스 공항을 폐쇄키로 하였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 이후 창립한 사우스웨스트항공사가 달라스 공항을 계속 이용하기를 원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오랜 시기동안 연방정부의 규제법률 제정 등 분쟁과 소송에 시달리면서도 양시는 신뢰를 바탕으로 신공항에 대한 협력을 계속했다.

 DFW공항의 사례에서 보듯, 좋은 협력프로젝트는 규모의 경제를 얻으면서 모두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 만약, 댈러스와 포트워스가 갈등에 대한 기억만을 이어갔다면 신공항을 건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상위기관의 적절한 개입과 조정이 불가피하다. 신공항 건설과정에서 연방항공청과 북부텍사스 위원회의 개입은 적절하였고, 이후 사우스웨스트와의 분쟁에서도 연방법원과 연방의회의 개입으로 분쟁은 조정되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의 배제는 곤란하다. 신공항의 건설은 관련기관의 합의를 토대로 결국 주민투표에 의해 확정되었다. 사우스웨스트와의 분쟁해결에서도 오랜 기간 이해당사자간의 협의과정이 수반되었다.

 전북 중추도시권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협력프로젝트,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참여 시군과 지역주민,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간의 갈등과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댈러스와 포트워스의 신공항 건설사례에서 협력을 위한 이해당사자의 끈기와 관련기관의 지원은 참고할 만하다.

 김상모<지역발전위원회 정책홍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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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학 2015-09-03 12:00:12
전군가도 ...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우리 나라 곳곳에 남아 있고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군요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신문 기자들 마저 스스럼 없이 "전군가도"라고 표현하는걸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이러한 상황들을 봤을 때에 뭐라고 생각할련지 ....
너희들 것을 두고도 우리것이 좋다고 따라오니 독도도 그만 내놔라 할까요?
길이라는 엄연한 우리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가도라고 할 이유가 무엇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 입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일이네요.
"전주,군산 가는길!!" 얼마나 말하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 가요?
아니면
"전주,군산 가로수길"이라고 해도 좋을것입니다.
길가,가로수등등 얼마든지 많은 우리 말을 잘 가려서 써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