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통과되어야
‘김영란법’은 통과되어야
  • 유길종
  • 승인 2015.02.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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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공무원 등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했다. 이 김영란법이 드디어 2015년 1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서 현재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영란법이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맞춤처방이라고 평가되었음에도, 정치권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법안 통과를 미뤄왔다. 이제 드디어 관련 상임위를 통과한 마당인데 여기저기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하위직 공무원에게까지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부패는 고위나 하위를 가릴 것 없이 척결되어야 하므로 하위직 공무원을 적용대상에서 뺄 이유가 없다. 권익위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의 경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1,140명의 부패공직자 중 5급 이하의 중·하위직 공무원은 974명(85.4%)으로 나타나는 등 민원과 접점에 있는 중·하위 공직자의 부패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므로 하위직 공무원도 적용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함이 당연하다.

 둘째로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공직자의 부모와 아내, 아들, 딸 등 민법상 가족이 금품을 수수할 경우에 해당 공직자가 처벌을 받도록 했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연좌제라고 비판한다. 우선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가족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만 처벌하게 되어 있으므로, 연좌제라는 비판은 벌써 이유가 없다. 우리 지역에서도 단체장의 처 등 가족이 이해관계인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서 많이 문제 되었듯이, 부패가 은밀화·지능화 되고 있다. 이러한 우회적인 부패행위는 더 강력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에는 연좌제라고 볼만한 것이 없다.

 셋째로 당초 정부안이 그 적용대상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로 정하고 있던 것을, 국회 정무위에서 그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모든 언론사 종사자까지 포함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먼저 사립학교 교원을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사립학교 교원의 직무내용과 역할이 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하고, 그 처우나 등도 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하기 때문에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언론기관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전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밝힌 ‘언론의 취재가 자유롭지 못할 수 있어 언론인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에 언론사들도 동조하는 모양이다. KBS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인 언론사를 규제 대상에 넣은 것은 공직자 부패방지라는 법의 방향과 거리가 멀고, 국민의 거의 절반을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만드는 과잉입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언론의 공공성은 소속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언론이야말로 금품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는 대표적 직역이다. 언론인이 취재의 대상이나 취재를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100만 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는 것이 어떻게 언론의 자유와 관계가 있고 취재의 자유의 선상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전국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의 말대로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기보다는 언론의 공공성을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뿌리 뽑는 데 필요하다면 국민의 절반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적용대상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

 김영란법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은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 정무위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넓힌 것은 김영란법을 좌초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도 있다. 적용대상에 들어간 언론이 반발하면 김영란법은 자연스럽게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언론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고 자존심도 상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OECD 34개 국가 중에서 27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김영란법의 발목을 잡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유길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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