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에 주어진 사회적 책임
재벌그룹들에 주어진 사회적 책임
  • 양갑수
  • 승인 2015.01.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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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스포럼이 막을 내렸다. 매년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 포럼은 세계 각국의 지도층들이 한 데 모여 글로벌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다. 연회비 6억 2천만원에 참가비만도 2천800만원에 달하는 부자들만의 잔치이지만 주요국들의 정책 운용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회의다.

 올해도 3천여 명 정도나 참가를 신청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다보스 포럼이 선정한 글로벌 어젠더 1위에 ‘소득불균형 심화’라는 양극화 문제가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치솟는 실업률’과 ‘의료격차’ 문제도 각각 2위와 10위에 올라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고 한다. 소외계층들의 주요 관심사였던 양극화 문제가 부자 기업인들과 부자국가들이 주도하는 회의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 이채롭다.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은 방치해 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부의 48%를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계층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이면 이들이 나머지 99% 인구의 총재산과 맞먹는 재산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OECD 국가들의 경우 상위 10%가 하위 10%보다 9.5배나 많은 소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302로 OECD 34개국 중 21위에 해당한다. 유사 경제규모의 여타 국가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빈부격차가 더 심한 것이다.

 보다 많은 이익과 소득을 획득하고자 하는 경쟁과 노력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천이지만 사회적 조화와 균형을 무시한 이기적인 경쟁 지상주의만으로는 우리 사회를 지탱할 수 없다. 소수 계층에만 지나치게 부가 집중되고 대다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현실에서는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빈곤층 확산과 유효수요 감소는 기업 활동의 위축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실업증가로 이어져 보다 많은 빈곤층 증가와 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만 야기한다. 장기적으로는 불신과 반목에 따른 사회혼란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급속히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가 1조원 대를 넘어섰고 가계저축률도 2%대까지 떨어졌다. 비정규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청년실업률이 9%대에 달한다. 일반 서민층에서는 이미 저축할 여력도 소비할 여력도 없어져 버렸다. 당연히 중소기업들도 극심한 내수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경기가 죽어도 너무 죽었다고들 난리다. 도내에서 슈퍼마켓 공동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모 조합 이사장은 30% 이상이나 물동량이 줄었다고 한숨이고 목재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급격한 매출감소로 다가오는 월급날과 원자재 대금 납기일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투자확대와 실물경기 부양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시급하다. 그러나 투자여력이 충분한 재벌그룹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작년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만 537조 8천억원에 달한다. 올해 국가 예산이 375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정부의 과세방침에도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식이다. 청년실업이 가장 고민이라는 경제부처 수장의 걱정도 인건비 절감과 해외인력 확보가 우선인 재벌그룹들에게는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부지원과 더 많은 탄환 비축이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후생 증가를 위해서는 골목상권인 어묵, 순대, 떡볶이까지 자신들이 손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어느 업종이라고 구분할 것도 없이 재벌그룹의 그늘로 들어가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더 이상의 부의 집중과 중산층의 몰락을 우리 중소기업들과 국민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양극화는 시장경제를 병들게 한다. 재벌그룹들 스스로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우리 사회의 경제주체로서 위기 극복을 위한 선제적 투자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양갑수<중기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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