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세상을 꿈꾸며
함께 가는 세상을 꿈꾸며
  • 노대우
  • 승인 2015.01.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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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말이 있다. 요즘도 심심치 않게 결혼식 주례로 자주 등장하는 ‘부부 일심동체’가 바로 그것이다. 결혼한 지도 25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도통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니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껏 살아온 제 삶이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 별 탈 없이 자식들 잘 키우고 부부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도 아닌 듯하다. 얼마 전 우리의 가슴을 적셨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주인공 분들은 한 점 의심도 없이 부부 일심동체의 삶을 살았을까?

 우리는 결혼을 통해서 일심동체를 꿈꾸지만, 그것은 이상에 불과하고, 결혼은 서로 삶의 일상을 공유하는 교집합을 넓혀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30여년간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 살다가 부부라는 인연으로 같이 살게 되면서 조금씩 양보해가며 맞춰가고 있지만 100% 일심동체가 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말에 매몰되어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동화되도록 부단히 노력하면 할수록 부부간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몸이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 때문에 더 큰 다툼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중도에 헤어지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을 틀림으로 해석하여 살아온 우리네 삶의 과정 속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이 아니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찌들어서 내가 생각하는 바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단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기에 많은 갈등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필요한데 요즘 여야관계를 보면서 니체가 말한 ‘초인’은 없고 ‘마지막 인간’들이 세상을 주도하는 정치가 없는 삶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모름지기 정치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정치에 대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적용되고 우리와는 관계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살면서 수많은 갈등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그 근본은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같은 부모 밑에서 출생하여 자라난 자녀간에도 생각이 다른데 하물며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 있겠는가? 2009년 미국에서 흑백갈등 문제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사건이 있었다. 흑인 교수가 자택 앞에서 체포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 있었으나 담당 경찰과 대통령이 격 없이 퇴근 후 맥주를 마시며 ‘그들간에는 오해가 있었고 한계도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참으로 부러운 장면이 있었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범부(凡夫)인 우리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세계의 대통령인 오바마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를 되돌아보고 나와 너는 다르다는 인식을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엔 소통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내가 그들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토로(吐露)한 것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일화라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소통”을 소리치면 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소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조직을 만들고 목표를 공유하고 그래서 더 생산적인 조직이 되고자 함일 것이다.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해당사자 간에 서로 소통을 하는데, 이때 일방적 강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소위 힘 있는 자들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요즘 부쩍이나 갑질들의 논란이 우리 사회에 광풍처럼 번지고 있는데,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통 큰 양보는 많은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더 많이 가진 자의 양보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좌절감을 치유해 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들은 우리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말이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을 위한 힘 있는 자들의 양보를 통해 함께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함께 가기 위한 기본은 나와 네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노대우<국민연금 전주완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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