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바쁘다, 바빠!
  • 김 진
  • 승인 2015.01.26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양의 해가 연초부터 참 바쁘다. 달리 바쁜 게 아니라 정부에서 돈 걷기에 바쁜 것이다. 주민세는 22년 만에, 자동차세는 15년 만에 점진적으로 2배까지 올린단다. 물론 10년 만에 인상된 담뱃세도 무려 80%나 올랐다. 지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강남 상류층 수준의 세금을 낸다.

  작년까지 하루에 한 갑씩 피웠을 때, 1년이면 57만원의 세금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121만원씩의 담뱃세를 내게 된다. 하루에 담배 한 갑씩 피웠을 뿐인데 연봉 5,000만원의 급여자의 소득세와 같고, 9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재산세와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이다. 만약 이 말에 속상해서 두 갑씩 피워버리면, 세금으로는 웬만한 중소업체 종합소득세에도 뒤지지 않는 성실한 납세자가 될 것이다.

 * 글쎄다! 난 그리 생각하지 않는데…

 흥미로운 것은 우연치고는 절묘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년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으로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은 4,500원일 때 최대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인상했겠지만, 우연치고는 4,500원이라는 금액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런 부분이 국민들로부터 ‘건강’이 아닌 ‘세수 확보’에 치중했다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앞으로도 주세·교통세 등의 증세에 꼼수를 부릴 여지가 많아 서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하면,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늘어나는 복지예산에 대한 대책으로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고,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예산을 절감해서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증세는 없다’고 천명했다. 한데 대기업의 법인세나 상속세 같은 것은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서민들에게만 간접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세가 서민증세라 불리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나 똑같은 액수의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담배 한 갑에 3,318원, 휘발유 1L에 800원 남짓을 똑같이 내는 것이다. 이는 소주를 마셔도, 자동차세도 모두가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에게 균등과세를 하는 것이다. 균등이란 말이 듣기에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는 공평한 것도, 진짜 균등한 것도 아니다. 국민정서와 조세정의에 어긋난 역주행일 뿐이다.
 

 * 추락하는 조세정의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목적 중의 하나는 조세정의를 이루기 위함이다. 즉, 많이 갖고, 많이 버는 사람들의 부를 형평에 맞게 재분배하기 위함인 것이다. 따라서 공평한 과세라는 것은 개인의 능력에 부합하는 과세가 진짜 공평한 과세다. 한데 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재벌기업들을 껴안고 어려운 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일까? 이러한 나의 주장은 괜한 억지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수출대기업들이 향유했던 천문학적인 이익만큼 서민들의 소득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같은 기간에 국세청 자료를 보면 8백만 개의 자영업소가 폐업했다. 서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던 8백만 개의 업소가 직원 한 명 없이 가족경영을 했다 치더라도, 3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 절반이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성장만을 바라볼 뿐이다.

  물론 성장은 좋다. 낙수효과를 기대한 법인세 인하 정책도 좋고, 수출기업을 위한 환율방어정책도 좋다. 또 환율방어를 위해 세금으로 연간 5조원 이상의 이자를 쓰는 것도 이해하고, 기업들의 전기세를 주택용전기세로 메우는 것까지 모두 이해한다 치더라도, 균등과세로 서민들의 고혈을 뽑는 것은 멈춰야 한다.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 같은 것들은 상반되는 개념들이다. 조화를 이룰 수는 있지만, 조화는 올바른 선택에서 온다. 지금처럼 가진 자들의 축배를 위해 많은 국민들이 희생해야 하는 그릇된 선택은 부조화만 부를 뿐이다. 그 부조화가 양극화고, 사회적 갈등이고,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조세정의의 개념부터 다시 배워서 서민들의 상실감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