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아야할 위험
오래 살아야할 위험
  • 김창균
  • 승인 2015.01.20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균 국민연금공단 익산군산지사장
 필자는 지난연말 직장 내에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 예상수명을 진단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항목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결과를 도출해보니 예상수명이 ‘115세’로 나온다. 계산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검산을 해 봤지만 동일한 결과였다. 물론 진단방식이 완전할 수 없고 현실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때때로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크게 믿을 바는 아니지만 놀라운 결과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고 금연과 함께 음주도 절제하는 등 진단항목에 최적화되어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결과를 놓고 기쁘게만 생각할일은 아닌 것 같다. 오래 사는 것은 분명 축복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삶의 질과 무관하게 너무 오랫동안 수명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자녀가 부모를 직접 부양하던 시대에는 어쨌든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생활을 하였지만 현대와 같은 핵가족 사회에서는 건강과 경제적인 뒷받침 없이 오랜 기간을 살게 되는 것은 아주 큰 ‘위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통계(201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81세로 장수국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평균 수명만 늘었지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45.6%)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 고령자들의 소득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적정한 소득 없이 ‘오래 살아야 할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것이다.

 작년에 우여곡절 끝에 기초연금법이 발효되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증액하여 지급하고는 있지만 기초연금만으로 노후를 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험’에 대비를 해야 할까? 노후에 삶의 질을 높이려면 우선 건강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떨어지기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적절한 운동과 절제된 생활습관을 지킨다면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주목해야할 위험대비 핵심요건은 노후생활자금, 즉 충분한 돈을 준비하는 것이다. 노후자금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기본으로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을 얹혀서 3층 구조로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다.

 노후준비의 기본인 국민연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노후준비를 위해 국민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월소득 140만원 미만(2015년 기준)의 근로자에게 국민연금보험료 중 사용자부담금과 근로자 본인부담금의 50%(최고 월 62,950원, 연간 755,400원)를 지원하고 있으며, 농어업에 종사하는 지역가입자에게는 매월 최고 40,950원(연간 491,400원)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어 저소득근로자와 농어업에 종사하는 가입자를 위한 노후준비를 돕고 있다. 또한 금년 7월부터는 실업크레딧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구직급여 수급자의 국민연금보험료 75%(25%는 본인부담)를 국고에서 지원할 예정이어서 실업기간 중에도 보험료를 납부하여 연금수급요건을 채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기업연금, 개인연금, 저축 등을 통해 충분한 돈을 준비한다면 오래 사는 것이 ‘위험’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50년에는 평균수명이 88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100세 이상 생존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100세 시대를 살아야하며, 노후생활자금의 준비는 인생설계의 기본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김창균<국민연금공단 익산군산지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