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남긴 과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남긴 과제
  • 최낙관
  • 승인 2015.01.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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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정 아젠다를 공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이 2000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임이 틀림없다. 물론 신년기자회견이 선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산적한 국정과제들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는 만큼, 특히 이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 많은 이해당사자와 집단들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빌어 던지고 싶은 그리고 확인하고 싶은 핵심은 무엇일까? 확인하고 싶은 핵심은 아마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일 것이고 던지고 싶은 핵심은 물론 청와대가 구상하고 있는 ‘혁신과 개혁’의 당위성에 있었을 것이다. 박대통령은 “이때를 놓치면 경쟁력을 잃어 30년 성장을 못 한다”며 지금이 ‘골든타임’임을 역설하면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판으로 삼아 구조개혁과 창조경제 그리고 내수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호소는 일방적이어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게 우호적인 보수언론조차 일제히 수위 높은 비판기사를 내보내며 최근 ‘청와대 문건’ 등 일련의 사건과 관련 “자신의 문제점은 인정하지 않고 남 탓, 언론 탓, 심지어 국민을 원망”해서는 불통의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해 소통의 정치를 통한 국정동력의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논평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년기자회견이 국민들의 정서를 외면한 체 또 한 번의 ‘불통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특히 아쉬운 점은 신년기자회견이 새로운 엔진과 동력을 장착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모색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의 장이 돼야 했지만,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로 우리 모두가 핵심을 보지 못하는 ‘감정적 근시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정권이 창출될 때마다 ‘개혁과 혁신’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화두였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보지도 못한 채, 우리 모두가 만성적인 ‘개혁피로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번 신년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삶에 지친 국민들의 등에 오히려 무거운 짐만을 안기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을 위해 합목적적 법치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 중심에서 선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인임을 우리는 또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룰라의 ‘리더십’이 부러운 것은 욕심일까? 브라질 선반공 출신의 룰라는 브라질 국민 87%가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도자로 추앙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룰라를 브라질의 위대한 대통령이자 존경의 대상으로 만들었을까? 그 해답은 룰라식 리더십의 키워드인 ‘포용과 소통’에 있었다고 본다. 포용과 소통은 모든 지도자가 지향하는 가치이지만, 룰라 대통령이 그 가치를 현실의 장에서 실현했다는 사실이 오늘의 룰라를 탄생시킨 근본적인 힘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즉 성장과 분배의 조화,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 인재의 등용 등 실용주의 정책은 룰라식 포용과 소통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룰라의 재임기간 브라질은 연평균 7.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1,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2,900만명을 빈곤으로부터 탈출시키는 놀라운 ‘룰라효과’를 만들어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일련의 정치적 구상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너’가 아닌 ‘나’부터 변해야 하고 ‘닫힌 구조’를 ‘열린 구조’로 바꾸는 룰라식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은 청와대부터 개혁하는 것이 국민을 위로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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