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합니다
제안합니다
  • 김남규
  • 승인 2015.01.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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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딱 이맘때쯤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제안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동학혁명 120주년을 맞아 “지역의 정신적,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자”는 제목으로 도민일보에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의 ‘승리한 역사’로 기록 되었지만, 우리 지역의 동학농민혁명은 ‘패배한 역사’로 남아있다. 패배한 역사를 그대로 두고 차별과 소외를 극복할 수 없고 전북의 정신과 존재감을 회복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고 우리가 서로 지켜주지 못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차별을 극복할 수 없다. 차별과 소외의 속병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는 우리 안에 있다. 지역의 정신적,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자”

 그동안 주위 분들과 의견을 나누었고 용기를 내어 제안해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주 남부시장 싸전다리 건너편 초록바위가 ‘김개남 장군’ 처형지인데도 불구하고 표지석조차도 없다는 것입니다. 뭐라도 하자는 겁니다. 이런 마음이 든 것은 제가 동학혁명을 잘 알아서도 아니고, 꼭 김개남 장군이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알면서도 저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곳이 마치 스스로를 소외 시키고 패배의 늪에 빠져있는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차별과 소외의 속병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록바위에 김개남 장군의 동상이나 표지석 하나 세운다고 당장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또한, 뜻있는 분들이 이미 전주덕진공원 안에 김개남 장군의 추모비를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라도 해보자는 의미는 정치인이나 행정, 동학 단체나 전문가들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시민들의 손길을 모으자는 의미입니다.

 누군가가 주도하거나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소외와 차별의 역사를 지켜만 봐야 했던 백명 혹은 천명의 이름으로 표지석 하나 세우는 일입니다. 표지석을 세울 것인지 조형물을 세울 것인지 조차도 함께 이야기해보고 필요한 재정도 함께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행정이나 정치인이 이름 내기로 나서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후 SNS를 통해 구체적인 제안을 하겠습니다.

 몇 자 더 적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소외와 차별의식은 이른바 ‘인재양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 ‘장학숙’을 짓고 도내 학생들을 모집해서 ‘글로벌 어학연수’를 보내는 일입니다. 돈 없어서 서울로 못 가는 학생들이 없게 도와야지요. 좋은 대학에 보내고 대기업에 들어가야지요. 힘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지요. 공감합니다. 그런데 빠진 것이 있습니다. ‘지역의 정신과 가치’를 가르치지 않고 지원만 하는 것입니다. 출세하면 지역을 외면하는 ‘싸가지 없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내용으로 하는 일정 시간의 교육이수를 전제로 장학금을 지급하면 어떨까요?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을 위탁 운영할 수 있는 자원 모임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장학금 주는지도 이야기하고, 지역의 역사와 정신은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북인에 대한 소외와 차별에 대해 이야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에 있는 남양공업이 채용공고에서 ‘전라도 출신 지원불가’라고 해서 공분을 산 일이 있었습니다.

 또 공직에 나가거나 대기업에 취업을 한다고 해서 승진의 기회가 공평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장학금만 줄 것이 아니라 ‘이유 있는 마음’까지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지역의 소외와 차별을 팔아 기득권을 챙겨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뭔가 해보자는 것이고 지역의 정신적,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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