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유가 하락의 명암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유가 하락의 명암
  • 신영석
  • 승인 2015.01.1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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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살림이 빠듯한 요즘 겨울철에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바로 기름 값의 하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전 ℓ당 2,000원을 넘었던 휘발유 가격이 최근에는 1,400원대로 떨어져 주유비나 난방비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반년 만에 50달러 이하로 하락한 것이 우리 실생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수요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수요 둔화와 달러화 강세를 최근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미약하면서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양호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기대가 확산됨에 따라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상품거래소에서 원유는 주로 달러로 결제되고 원유가 달러 자산의 헤지 또는 대체투자수단으로 이용됨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유가는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공급측면에서 보면 OPEC(석유수출국기구, 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의 원유 감산합의 실패를 들 수 있다. 과거 OPEC은 비OPEC 국가들이 원유를 증산하면 자체 감산을 통하여 가격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세일오일 공급 증대 등으로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OPEC은 원유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유가는 더욱 빠른 속도로 하락하게 된 것이다. OPEC은 수익을 덜 내더라도 생산을 유지함으로써 국제 원유시장에서 미국, 캐나다 등 비OPEC 국가들의 원유 비중 확대를 견제하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산유국은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로 예측할 만큼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 성장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가 하락으로 공산품 가격이 떨어지고, 연료비와 난방비 등이 줄게 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산업별로는 다소 희비가 엇갈리지만 생산원가 하락과 원화약세가 맞물리면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도 유가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가 하락이 저물가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대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 신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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