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시 전주만들기를 위한 실험
건강도시 전주만들기를 위한 실험
  • 김성주
  • 승인 2015.01.1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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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새해인사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대신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로 건네는 경우가 많다. 복 중의 복은 역시 건강일 것이다. 100세 장수시대가 구호가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건강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진단과 치료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의료수준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짧은 시간에 가장 높은 평균수명과 낮은 영아사망률을 동시에 이뤄냈다. 이런 성과를 낳은 요인으로는 우수한 의료진과 잘 발달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들 수 있다. 요즘은 암 수술 받으러 미국 간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한다. 오히려 외국에서 중증환자들이 치료 및 수술받으러 한국에 오는 현실이다.

 감기만 걸려도 바로 갈 수 있는 동네 병의원이 많아 병원 문턱이 낮아 의료접근성은 향상되었지만 반면에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있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경우의 고가 치료가 많아 큰 병에 걸리면 여전히 가계파탄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치료중심 민간의료체계는 발달했지만, 예방위주 공공의료는 매우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의원이 많지만, 사전예방 건강 관리해주는 곳은 없다. 내게 적합한 운동처방과 식이요법을 통해 다가올 병을 피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 있다면 병원 신세를 적게 질 것이다.

 우리는 치료중심에서 사전예방위주로 의료정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보건소는 병의원이 없거나 의사가 없는 의료 사각지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무료예방접종이나 저소득층 대상의 싼 처방은 보건소의 주 기능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보건소는 더 이상 무료예방접종을 받거나 싼 처방전을 주는 곳이 아니다.

 앞으로는 초겨울 보건소 앞에 나이 든 어르신들이 독감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긴 줄을 서서 몇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올해부터는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 독감접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도 동네 병의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보건소를 자주 이용한 시민은 노인과 엄마들이었고 주로 예방접종이 목적이었다.

 이제는 보건소를 이용하는 시민은 모든 계층으로 확대될 것이고 질병예방과 건강관리가 주목적이 될 것이다.

 질병예방과 건강관리를 위주로 한 보건소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보건소는 지자체당 1곳만 지을 수 있다. 도시에 도서관 한 곳만 있다면 시민들은 불편할 것이다. 시청만 있고 동사무소가 없다면 매우 불편할 것이다.

 센터로서의 보건소 1곳과 여러 개의 보건지소가 연계되어 시민들에게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소를 어디에 짓는가로 다투기보다 모든 시민들이 같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보건소와 여러 개의 보건지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차이는 규모와 행정기능의 차이가 있을 뿐 대민서비스에서 내용의 차이는 없어야 한다.

 그동안 전주시 덕진구는 보건소가 없는 공공의료사각지대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간사를 맡고 있는 나는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금 덕진구에서는 공공의료센터로서의 보건소와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지소인 건강생활지원센터 그리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를 담당하는 건강동행센터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건강동행센터는 작년 말 먼저 문을 열었으며 건강생활지원센터는 이미 재작년 예산이 확보된 상태이고 보건소는 입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에 여전히 휩싸여 있다. 보건소-건강생활지원센터-건강동행센터가 구축되면 덕진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공공의료체계 시범지역이 될 것이다. 이 모델이 민관협력을 통해 성공하면 한국 지역보건체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도 유럽처럼 예방과 치료, 사후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선진형 보건의료체계를 갖게 될 것이다.

덕진구에서의 실험성과는 앞으로 총선과 대선공약을 통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모든 국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통해 사전예방위주의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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