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에 대한 기대
을미년(乙未年)에 대한 기대
  • 황경호
  • 승인 2015.01.1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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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1주일여가 훌쩍 지났다. 지난 첫날 많은 사람들이 올 첫 해돋이를 보려고 유명 산이나 바다로 몰렸다. 그들은 수평선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찬란한 태양을 환호하며 저마다 새해에 대한 소망 하나쯤은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취업과 건강 등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가정,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망까지. 그 어느 해 보다도 힘들었던 지난해의 슬픔과 고통을 자양분 삼아 올해는 각자의 가슴에 자리 잡은 모든 기대가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를 위해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마다 기대하는 올해의 소망은 결코 아무런 대가없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양의 해인데 이 동물은 발톱과 이빨이 있어도 할퀴거나 물어뜯지 않고 뿔이 있어도 거의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의 이미지는 부드러움과 온순함으로 인식되어 동서양을 불문하고 희생의 제물로 많이 사용됐으며 희생양(犧牲羊)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일단 성이 나면 좀처럼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기도 하다. 올해의 천간(天干)인 을(乙)은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는 ‘갑을관계’의 바로 그 을과 같다. 그래서인지 남에게 해를 끼칠 줄 모르면서 언제나 희생되는 양의 처지가 꼭 작금 우리 사회의 을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비록 을은 항상 갑(甲)의 다음 자리이나 오행(五行)상으로는 같은 목(木)의 성질을 띠기 때문에 결코 상하나 주종관계가 아니다. 또 갑은 양(陽)으로 큰 나무이고 을은 음(陰)으로 작은 나무로 대변되기 때문에 서로 대립하거나 배척보다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본래의 관계이다. 그래서 새해에는 제발 을이 좀 더 힘을 얻어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이 상호 대결이 아니라 화합으로 돕고 상생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청년 취업이 최악이었음에도 올 경기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리 밝지 않아 젊은이들의 일자리 쟁탈전이 올해도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올 한해 모든 정책을 제대로 펼쳐서 청년들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양과 관련한 고사성어중에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춘추 시대 제나라의 영공이 궁중에서 궁녀들에게 남장을 시켜 놀자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여자가 남장을 하는 것이 유행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영공이 백성에게는 남장을 금하고 궁중에서는 이 놀이를 계속하자 안영이라는 재상이 간언하며 사용한 말로 ‘겉과 속이 다른 속임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너는 안 되지만, 나는 괜찮다’는 식의 사회 지도층 위선을 통렬히 비판한 것으로 올 한해 우리 사회에서는 이 사자성어가 결코 언급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새해에는 또 도민들의 한숨이 희망으로 바뀌면 좋겠다.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허물을 말끔히 걷어내고 비상함으로써 젊은이가 떠나기보다는 살고 싶은 도시로 탈바꿈되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이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역동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야만 한다. 철저한 고민과 치밀한 계획에서 나오지 않은 설익은 정책은 단지 시민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아우성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귀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비록 인구가 줄어들지언정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개발해주고 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된다면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이다. 낙오자 없는 온전한 사회 구축만이 전북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도민 즉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떠한 선동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올 굳고 정의로운 시민정신이 확립되면 정치개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올해는 기필코 후진정치를 날려 보내고 정치의 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면 한다. 언제나 남을 탓하며 긴 세월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야만 지역이나 빈부 등으로 사분오열된 우리 사회의 끝없는 갈등과 반목이 사라지고 세계적으로 엄습해오는 수많은 역경에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을미년 새해에는 이런 소망이 제대로 이루어져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지고 더 많은 희망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는 2015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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