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환경 탓’은 혁신의 걸림돌
‘외부환경 탓’은 혁신의 걸림돌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1.1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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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2015 캐치프레이즈]혁신으로 희망을, 집중으로 번영을 <2>

 “‘일방통행’이 도민의 정책 공감을 끌어내는 데 부족했다.”, “부서 간 협조 관계가 미흡했다.”

 작년 12월 22일 전북도청 대회의실. 송하진 도지사와 도청 팀장급 이상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는 확대 간부회의가 열렸다. 59개 부서 간부들이 발표한 내용 중 ‘반성’의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공직자가 자신의 치부를 공개석상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날 일부 부서는 내부 문제를 드러내 잔잔한 파장이 일었다. 반성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52개 부서 중 내부 요인을 문제로 돌리고 개선책을 제시한 부서는 18곳(34.6%)이었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바로 이것이다. 혁신을 위해선 치열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이 ‘남 탓’이라고 말한다고 외부 환경이 전북도의 입맛에 맞게 변할 리 만무하다. 혁신을 통해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도나 기초단체가 먼저 통렬한 자기비판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는 외부 환경 탓만 늘어놓는다. 전북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텃밭이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전북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는 모든 원인은 ‘남의 안방’이란 탓이다. 심지어 특정정당에 치우친 지역민의 편식 현상이 문제라며 자신을 감싸는 데 급급하다. 전북 새누리당이 전북에서 “과연 평소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뛰었느냐”에 대해선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지지율이 올라가면 자신의 공이요, 내려가면 남의 안방이라 어쩔 수 없다는 투다. 핑계를 대느라 열중하는 사이에 전남에선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간판을 내걸고 금배지를 꿰찼다.

 정치와 행정이 혁신하고 도민들도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전북 이미지 특성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은 시기와 질투, 투서가 많다”고 응답한 도민 비율이 12.5%(2012년 조사)였다. 반면 이듬해 타지역민의 눈에 비친 타화상을 조사한 결과 “전북도민이 시기와 질투, 투서가 많은 게 단점이다”고 말한 비율이 22.0%나 됐다. 10%의 차이는, 자화상보다 타화상에서 전북인은 남이나 외부 환경 탓을 더 많이 한다는 거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외부 환경에 원인을 돌리면 전북은 영원히 역사의 이방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각 분야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중앙부처에서 근무했던 H씨는 “외부 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고향에 오면 되레 이런 변화를 탓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와 시스템을 과감히 개방하고 국내외 무대에서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한계를 긋고 외부만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전북이 ‘과거’와 ‘패배’라는 두 개 틀에 갇혀 있다는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정책위원장의 말은 흥미롭다. 천년고도라는 과거의 영광과 향수만 이야기하거나 낙후와 소외만 외치는 패배주의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외성적 발전 전략에서 내성적 발전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며 “꼭 문화재가 많아야 관광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닌 만큼 무형에서 유형을 만들고, 내부 자원을 연결해 개발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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