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억 관광객 시대’의 목전에서
‘전북 1억 관광객 시대’의 목전에서
  • 김상모
  • 승인 2015.01.0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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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파견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캐나다인 동료가 2012년 국제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출국 전 캐나다에서 한국의 한 지방 호텔을 예약하려는데, 호텔 측으로부터 신용카드 예약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으니 현금으로 입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황한 동료에게 필자는 한국의 많은 숙박시설이 그렇게 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답해주고 직접 그 호텔과 통화하여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한국 출장에서 돌아온 그 캐나다인 동료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한국에서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하였고, 거기서 ‘석’이라는 왕자와 점심을 같이할 수 있어 황홀했다”고 했다. 그 왕자가 누굴까 생각하다가 마지막 황손으로 잘 알려진 황실문화재단 이석 총재라는 것을 깨닫고 무릎을 쳤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이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인바운드 관광 순위 20위권 내 진입이 낙관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2013년 22위). 더욱이 엔화약세라는 호재를 등에 업은 일본의 경우에도,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1,300만 명 선에 머무른다고 하니 관광한국의 기세가 실로 놀랍다. 하지만,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외래관광객 가운데 불과 36%만이 수도권 밖의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래관광객 1,400만 명 돌파와 지역 불균형이라는 모순적 상황 속에 문득 떠오른 곳이 바로 캐나다인 동료가 찾았던 전주한옥마을이다.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2002년까지만 해도 3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131만 명으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600만 명에 근접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십여 년 새 무려 20배나 늘어난 관광객으로 전주한옥마을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전주한옥마을은 전통 생활영역이라는 공간적 이점에,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집중되어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조선초기부터 감영이 있던 도시가 현대까지 지역의 중추도시로 이어져 내려오는 몇 안 되는 사례가 바로 전주한옥마을이다. 이처럼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콘텐츠와 수용태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

  특색 있는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주한옥마을과 같이 그 지역의 고유자원을 창조적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은 사람들의 머리 안에 있다. 이석 총재는 아예 승광재(承光齋)에 살면서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역사에 대해 설명도 하고 기념사진도 같이 찍는다고 한다. 캐나다인 동료처럼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 입장에서는 이 총재와 만나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인상 깊지 않을 수가 없다.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대중교통 접근성, 주차장, 숙박, 음식점과 같은 관광지의 수용태세 개선도 관광산업 활성화에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관광을 결심한 외국인이 항공과 숙박을 예약하면서부터 유명 관광지들을 둘러보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편리하고,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수용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앞서 캐나다인 동료가 겪은 숙박 예약의 불편함도 개선되어야 할 수용태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래관광객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 색다른 지방의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광객 수용태세를 개선해 지방관광 활성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환영할 만 한 일이다.

  작년 12월, 정부는 지역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18개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가 참여한 ‘지역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은 17개 광역시·도의 지역별 비전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지역 행복생활권, 일자리·경제, 문화·복지·교육 분야의 세부 실천과제와 핵심성과지표, 공간발전구상을 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도 많은 시·도가 관광분야의 구체적 비전과 핵심성과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라북도 역시 ‘관광객 1억 시대 개막’을 목표로 ‘사람이 모이는 전북-관광객 및 우수인재 유치’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관광일자리를 3만 5천 명에서 4만 1천 명으로 늘리는 등 지역관광 활성화에 역점을 둘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외래관광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고 지역의 고유자원을 관광콘텐츠로 개발한다면, 1억 관광객 시대 개막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상모<지역발전위원회 정책홍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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