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도전을 응원하자
20대의 도전을 응원하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1.0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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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2015 캐치프레이즈]혁신으로 희망을, 집중으로 번영을 <1>

 우리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선 기존의 판을 깨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20대 젊은이들은 어떠할까? 모험과 도전에 나서야 할 전북의 20대는 지금 공무원 시험에 열중하고 있다.

 작년 6월 전국 단위의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서울시를 제외한 전북 등 16개 시·도가 지역제한을 통해 같은 날 동시에 응시생의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전북의 행정 9급 경쟁률이 타지역에서조차 화제가 됐다. 179명을 뽑는데 5천400여 명이 우르르 몰려 30.2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250명의 선발 공고를 냈던 전남은 상황이 달랐다. 5천700여 명이 접수해 23.0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경북과 충남도 각각 23.0대 1, 21.7대 1에 머물렀다.

 전북 출신의 한 고위 공직자는 “행정직만 그럴까 했는데 다른 직렬도 비슷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36명을 선발하는 전북의 토목 9급에 몰린 응시생은 264명, 정확히 7.3대 1의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100여 명 뽑았던 인근의 전남은 5.1대 1에 불과했고, 73명을 선발했던 충남도 4.7대 1에 머물렀다. 농업 9급의 경쟁률도 전북(10.5대 1)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꿈과 희망이 없는 전북의 젊은이들이 공직사회만 노크하고 있는 셈이다. 입시 학원가의 H씨는 “지방대생 출신으로 대기업 취업이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몰린다. 전북은 유독 그 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S씨는 2년 전에 공무원이 됐다. 지방대를 나와 중소기업에 몸을 담갔지만, 미래 불투명성을 인식하고 20대 후반에 2년 동안 공부해 합격의 환희를 맛봤다. 그는 “대기업 취직은 어렵고,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곳, 그것이 안정적인 공직사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북의 공시족(公試族)은 어림잡아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한해 100~200명 정도만 합격의 영예를 얻어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가능성 1%’의 시험이지만 다른 분야의 도전에 나서는 사례는 많지 않다. 공시족은 줄어들지 않고,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서류는 접수하는 ‘응시족’만 30% 안팎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판을 깨고 새로운 모험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사기업에 취직한 후 성장의 한계를 느껴 공무원 시험으로 U턴하는 사례를 많이 목격하고 있다”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도 그렇지만 일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의 벽도 문제”라고 말했다. 조승현 전북대 교수(행정학과)는 “지금의 20대는 부모세대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그 속에서 불안을 안고 사는 세대”라며 “취업에서 현실적인 벽을 실감한 젊은이들이 공직 선호로 돌아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전북 20대 젊은이의 장래 희망도 공무원이 가장 많다. 전북도가 지난해 발표한 ‘전북지역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장래 희망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29.6%)을 포함한 교사(9.1%), 군 장교와 경찰관(3.0%)까지 공무원 비율이 무려 41.7%에 달했다. 창업을 통해 경영인이 되겠다는 응답(6.7%)에 비해 6배 이상 되는 셈이다.

 대학 시간강사 L씨는 “앞날이 불투명하다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안정적인 것을 찾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초상화”라며 “주중엔 수업을 듣고 주말엔 입사원서를 쓰다가도 난관에 부딪히면 안정적 직업으로 선회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창업과 다양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젊은 기업인의 성공 사례를 발굴해 또래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별도의 정책자금 지원도 검토해볼 만 하다는 말이다. 창업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은 창업이라도 한번 실패하면 최소 2천만 원 이상 날아간다”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겐 이것도 큰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북의 젊은이에게 도전 DNA가 없다고 몰아칠 것이 아니라 도전을 응원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젊은 창업 활성화의 멍석을 깔아주고, 실패를 극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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