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 추진과 우리 농업
FTA(자유무역협정) 추진과 우리 농업
  • 황의영
  • 승인 2015.01.05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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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0일 한국과 베트남이 FTA를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3년 2월 칠레와 FTA를 처음 체결한 이후 14건에 50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로써 정부는 ‘경제영토’가 칠레(81.5%)와 페루(78.0%)에 이어 세계 3위(73.2%)가 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경제영토’가 넓어진 것인가? 한 번 더 생각해보자.

 FTA는 자유무역협정이다. 말 그대로 다른 나라와 상품과 용역을 팔고 사는데 국내에서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팔고 사게 하자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싼 가격에 품질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나 사업자가 유리하다. 아니 이런 기업과 사업자가 경쟁에서 이긴다. 권투경기를 예로 들면 FTA는 몸무게의 제한 없이 헤비급이나 플라이급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제한 없이 선수를 링 위에 올리고 경기를 진행하는 것과 같다. 체격 조건이 우수한 선수가 승리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잘하는데 미술은 잘못할 수 있다. 말은 잘하는데 글은 잘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결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사람에 따라서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듯 국가의 산업면에서도 발전한 분야가 있고 취약한 분야의 산업이 있게 마련이다. 발전한 분야의 산업은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지만 취약한 분야는 질 수밖에 없다. 이기는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지는 산업은 도태(淘汰)되는 것은 자명(自明)한 이치다. 이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불균형성장정책(不均衡成長政策)을 썼다. 공업을 발전시키면서 농업을 희생시켰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이후 국가가 농업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업의 경쟁력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 농업의 구조적인 특성상 문제도 있다. 그러나 공업에 비하여 농업부문에 관심과 투자가 적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농업이 취약하기에 UR(우르과이라운드)협상을 비롯해 외국과의 통상협정을 맺을 때마다 농업에 대한 보호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었다. 그럴 때마다 농민들의 불안과 지식인들의 염려, 정부의 보호와 육성정책이 뒤따르곤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농업 강국들도 많다.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베트남, 브라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이 농업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들은 경영규모가 방대하거나, 자본집적도(資本集積度)가 높거나, 기술과 인프라가 발전하였거나, 선진농업정책을 추진했다든지 우리와는 다른 여건 속에서 농업이 발전하였다. 이런 농업선진국들과 FTA를 모두 체결하였기에 우리 농업이 이들 농업선진국과 무한 경쟁에 놓였다는 것에 대해 농업인들이 한없이 불안해하고 있다. 안방 건넛방 다 내 주고 봉당으로 내려앉아야 하는 몰락하는 가문(家門)처럼 문전옥답(門前沃畓) 다 내주고 농사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불안감이 농업인들을 엄습(掩襲)하고 있다. 쌀 등 곡식뿐만 아니라 과일과 채소는 물론 축산분야까지도 어느 것 하나 경쟁에서 불안하지 않은 곳이 없다. FTA협정을 체결하면서 여러 가지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협정내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언젠가는 그런 규정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아무런 조건 없이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외국농산물과의 무한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이기든지 지든지 둘 중 하나만 있을 수 있다. 우리 농업이 살아남느냐, 죽어 없어지느냐가 앞으로 판가름날 것이다. 농업인, 정부, 농업 관련 기관 등 모두가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모두 다 바꿔야 한다. 생각도 바꾸고 농사방법도 작부체계(作付體系)도 유통구조도 정부 정책도 바꾸고 필요하다면 농업관련기관도 정부도 몽땅 다 바뀌어야 한다. 오로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농산물과 그 가공품만이 생산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농업인을 비롯한 농업관련 종사자들이 ‘사즉생(死則生) 생즉사(生則死)’의 각오로 전쟁하듯이 농업을 새롭게 일궈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길까 말까다. 네가 못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다툴 시간도 없다. 오로지 앞으로 밀물처럼 들어올 외국농산물 그리고 그 가공품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 생각하자. 그렇게 하자. 경제영토 확장이 우리 농업을 무너뜨리는 개미구멍이 되지 않게 하자. 그렇게 해서 지키자! 조상이 물려주신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 우리의 농어촌을….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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