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未年이 乙美年 이길 바라며
乙未年이 乙美年 이길 바라며
  • 최형재
  • 승인 2015.01.0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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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안고 행복을 꿈꾸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각오를 다지지만 새로운 시작답지 않게 왠지 어깨가 무겁다.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고 경제지표도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우리나라의 중앙 집중은 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기에 그렇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기에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국가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고 우리 사회 대다수 ‘을’들로 구성된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을’들은 늘 지면서 살아왔다. 결정적일 때는 희생으로, 때로는 투쟁으로 극복해 왔지만 ‘갑’에게 기회를 주며 손해를 보고 살아왔다.

 지난해는 슬프고 분노를 느끼는 한 해 겼다. 우리에게 국가는 있는가? 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 해 였다.

 우리 헌법 곳곳에는 국가가 국민에게 해 줄 것이 나열되어 있다.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도 노력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지기도 한다. 타인의 범죄로 인하여 생명 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국가로부터 구조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최저임금도 보장하고, 사회보장, 사회복지, 노인과 청소년 여성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환경보전도 해야 하고 보건도 국가가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다. 취임하는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되는 선서를 국민 앞에 한다. 헌법만 지켜지면 ‘국민은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4.16 세월호 참사에서 그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결론만 말하면 국가와 정부는 헌법정신을 외면한 채 국민과 유족 요구를 묵살하고 덮으려는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쩌려고 이러는 것인가?

 유권자의 선택으로 유지되고 해산되어야 할 정당이 정부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막스베버는 ‘국가를 폭력수단의 배타적 독점으로’ 정의하였다. 사회학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아닌 그 수단을 준거로 국가란 개념을 정의한 것이고 바로 그 수단이 ‘합법적인 물리적 강제력’이라고 본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의무는 하지 않고 국민의 눈에 합법을 가장해 물리력만 행사하는 걸로 보인다면 어떤 국가라도, 어떤 정권이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희망이 없는 걸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당당하게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금 세대에서 겪은 경험이 이를 증명해 준다.

 영화 ‘명량’에서도 보여 줬지만 왜의 조선 침략시 왕과 관군은 도망가고 피하느라 정신없었지만, 백성과 의병들은 익숙한 지형지물을 이용해 나라를 지켰다. 한국전쟁에서도 대통령은 다리를 폭파하고 달아났지만, 국민은 용감했다. 4.19, 5.18, 6. 10 등 역사의 주인공은 국민이었다. 국가를, 정부를 책임진다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권력을 남용하고 심지어는 합법적인 물리력으로 국민을 통제했지만, 위기에는 도망가기에 바빴다면, 대다수 ‘을’인 국민은 위기에 역할을 해 나라를, 민주주의를 지켜 왔다.

 1997년 IMF금융위기 시에는 비싼 이자를 내 가면서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장롱 깊숙이 넣어 놓았던 금붙이를 내어 놓는 열정으로 최단 시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엇박자 길거리 응원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며 성공적인 대회로 만들어 놓았다.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발적으로 헌신해 온 것이다.

 국가가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나라가 어려워져도 우리는 국민이 있기에 미래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갑오년이 슬픈 한 해였다면 2015년 을미년은 국민을 믿고 희망을 얘기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올해는 ‘을’이 능력을 발휘해 아름다웠던 乙美年으로 기억 되게 하자. 우리 사회 대다수인 ‘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함께 뛰어 희망을 만들어 가자.

 최형재<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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