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분 인생 (八分 人生)
팔분 인생 (八分 人生)
  • 김진
  • 승인 2014.12.28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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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글을 쓰며 ‘팔분 인생’이란 제목으로 서너 편의 글을 썼다. 그때마다 관점은 달랐지만, 이 제목의 공통된 의미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쓰지 말란 뜻이다. 세월을 보탤수록 그 의미에 담긴 지혜가 깊이 새겨지는 말이다. 이번 <땅콩 리턴>사건만 봐도 그렇다. 조현아 前부사장의 지위가 그러한 지적을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와 ‘사무장’이라는 기내에서의 직책을 생각할 때, 그리 처신할 일은 못되었다. 만약에 조현아前부사장이 자기가 가진 힘의 80%만 썼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이 느꼈던 불만과 불쾌감을 20%만 참을 수 있었다면 지금의 이런 난리가 났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 그대로 ‘八分人生’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 보자는 얘기다.
 

 * 교훈이란 말은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는 뜻

 예를 들어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을 탓할 때에도, 손자들 앞에서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손자들 앞에서 제 부모의 체면을 깎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상식으로 통하는 얘기다. 아무리 회장 딸 아니라 더한 지위라 하더라도 아랫사람들 보는 앞에서 상사를 질타하는 모습은 피해야 한다. 자신이 객실승무본부장으로써 가르침을 주고 싶었으면, 얼마든지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승무원들의 미숙함을 징계하고 싶었더라도 마찬가지다. 한데 그렇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은 것은, 결코 교훈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저 신분과 지위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고 싶은 치졸함으로밖에 볼 수 없다. 팔분인생을 얘기할 때, 일도 남김없이 하지 말 것이며, 세력도 남김없이 의지하지 말고, 말도 남김없이 해서는 아니 되고, 심지어 福도 남김없이 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게 바로 분수나 본분을 지키는 길이다. 한데 갓 마흔의 젊은 나이에 부모덕으로 그런 자리를 꿰차고 보니 눈에 뵈는 게 없었나 보다. 문제는 분별없고 치기 어린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당사자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실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들끓는 여론이라는 것은 사실은 그녀와 같은 분별없는 ‘갑’들의 ‘갑질’에 대한 분노다. 즉 유린당한 ‘을’들의 상실감에 대한 동조가 여론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 SNS와 인터넷이 문제

 이번 ‘땅콩 리턴’을 풍자하는 글 중에 웃지 못할 글이 있었다. 조현아 前부사장이 사무장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만약 비행 중에 내리라고 했으면 사무장은 태평양에 빠져 죽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와 같은 논리로 비아냥대자면, 이번 램프리턴의 발단은 SNS와 인터넷이 문제다. 같은 행위라도 예전 같았으면 사내에서 쉬쉬하며 끝났을 일 아니겠는가! 한데 정보공유가 빠르다 보니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사실 갑들의 ‘갑질’과 을들의 억울함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체제의 형태를 떠나 인간사회가 정해 놓은 계급과 소유의 격차에 의해서 ‘갑질’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곤장 맞고 억울하면 대궐을 찾아가 신문고를 울리던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어찌 입만 열면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는 글로벌기업에 그런 구태에 젖은 리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 말인가! 더구나 조氏뿐만 아니라 삼십대의 두 동생까지 그룹의 핵심에 있으니, 3만여 명의 직원과 그에 따른 가솔들이 걱정이다. 왜냐하면, 이 같은 족벌경영이 한진그룹의 시원찮은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작년 말 기준으로 47개 계열사의 평균부채비율이 450%를 넘고, 그나마 4개 중 1개의 계열사는 부실위험에 빠져 있다. 물론 한번 밉게 보니까 모든 게 미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어떤 자리에 앉아 있는 누구든 간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맑은 정신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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