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제 도입’ 교육계의 의견 경청하라
‘가을학기제 도입’ 교육계의 의견 경청하라
  • 이동백
  • 승인 2014.12.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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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22일 ‘2015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9월 새학기제’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우리 국민들은 3월의 차가운 꽃샘바람을 맞으며 엄마나 다른 가족의 손을 잡고 처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기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아련한 추억이 정말로 영원한 추억이 될 수도 있는 학기제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가을학기제’, 즉 ‘9월 새학기제’를 내세우는 근거는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 대한 대처와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진 시대적 상황에 따른 학사일정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길어진 여름방학 중에 교원 인사와 신학기 준비 등이 이뤄지면 그간 곧잘 파행 운영 논란이 일었던 12~2월 학사일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 동안을 이용하여 체험 해외교류 인턴십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정부의 주장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995년 71만 5,000명에 달했던 출생자는 2013년에 43만 6,000명으로 줄었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어 교원과 학생들의 해외 교류나 유학이 활발해지는 추세에 맞춰 그에 걸맞은 학사운영이 필요하고 외국과의 학사일정을 맞춤으로써 외국인 학생들의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봄학기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3월초)와 일본(4월초) 뿐인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3월 새학기제’는 해방 후 ‘4월 신학기제’의 일제식 교육제도를 벗어나기 위해 실시했던 4년간(1946년~1949년)의 가을학기를 제외하고 1949년부터 60년 이상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온 새학기 방식이다. 이 일정에 따라 연말 즈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각 기업들의 신입사원 모집, 자격증, 공무원 시험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을 학기제가 도입된다면 무엇이 바뀌게 될까? 첫째로 대입 수능은 5월이나 6월 정도로 변경될 것이다. 둘째로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도 봄이나 여름 무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셋째로는 현재 2달가량 되는 겨울 방학이 1달로 줄고 여름방학이 2달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가을학기제의 도입은 단지 교육부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생활, 고용, 경제 등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사회 전반에 걸친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 가을학기제는 과거에 김영삼 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도 도입이 검토되었지만, 교육계에서 발생할 혼란과 엄청난 비용의 문제 때문에 실행되지는 못했다. 1997년 모든 분야에서 세계화를 외치던 김영삼 정부의 4차 교육개혁안에서 교육국제화의 일환으로 논의를 거친 바 있고, 2007년 노무현 정권의 참여정부에서도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의 검토 과제로 취학연령 조정과 함께 논의된 바 있는 방안들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을학기제의 필요성에 대하여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교육계가 염려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된다면 3월부터 9월까지의 6개월의 공백을 어찌 메울 것인지 문제가 남게 된다. 갑작스레 도입하게 된다면 신입생을 제외한 모든 학년은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로는 대다수 학생들과 관련이 없는 외국유학이나 유학생들의 문제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이 이러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민들의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셋째로 1, 2월의 학사일정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1, 2월의 겨울 방학과 2월의 어중간한 학사일정 역시 7, 8월로 계절만 바뀔 뿐이지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가을학기로 바꾸어서 해결될 문제라면 이 문제는 현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가정이 성립한다.

 마지막으로 교육계의 의견수렴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공청회 등을 통하여 의견을 듣겠다고는 하지만, 문제 먼저 던져놓고 추이를 보겠다는 자세는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 가을학기제는 김영삼, 노무현 정부 시절 여론의 검증을 거친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을학기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교육계의 의견을 심도 있게 경청하라. 그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이동백<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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