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규제 위법? 대법원의 지혜로운 판결 기대
대형마트규제 위법? 대법원의 지혜로운 판결 기대
  • 이상직
  • 승인 2014.12.23 17: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이 안 그래도 힘든 우리 국민들, 중소 서민들을 ‘배신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대형마트’에 해당하지 않고,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제는 전통시장 보호에 효과가 없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조례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통재벌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말들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앵무새처럼 옮겼다.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부가 국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살고자 하는 기본권’을 밟아버렸다.

 필자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을 법제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발의했던 당사자로서 법원의 논리가 해괴하고, 황당하기만 하다. 그동안 전통시장과 재래시장의 중소상인들은 여러 차례 ‘살려 달라’, ‘함께 살자’고 숱하게 외쳤다. 그래서 필자는 유통법을 발의했고, 국회에서 유통법이 만들어졌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이 가능해지고,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의 지자체에서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골목상권이 처음으로 웃었다. 유통법과 조례가 골목상권을 먹여 살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룡 같은 유통재벌들의 공포에서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사법부를 ‘정의의 저울’에 비유한다. 정의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하지만 그 틀은 ‘공동체를 위한 올바른 선택’ 범위에서 생각하게 된다.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정의의 저울에 올려놓았을 때 ‘정의로운 판결’일까. 이번 행정소송의 상대방은 유통재벌과 조례를 만든 자치단체다. 그러나 실제 소송 대상은 유통재벌과 골목상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탁상 판결’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국내 20대 재벌 대기업은 부자감세와 고환율정책 등 정부의 재벌특혜로 무려 600조에 가까운 사상최대 사내유보금을 쌓아가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 추운 겨울날 근로자들을 정리해고라는 서슬 퍼런 칼날 위에 서게 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경영 상태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까지 200조원대이던 국가부채가 올해는 503조로 늘어나 내년 예산에 정부가 계상한 국가부채의 이자만 21조원에 이를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해방 이후 참여정부까지 60년 동안 쌓인 국가부채보다 많은 빚더미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7년을 거치면서 국민 부담으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김영삼 정부가 IMF로 파산시키며 침몰시켰던 대한민국호를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활시켰는데,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4대강에 30조원의 헛삽질과 해외자원외교 40조원 대국민사기, 검은 뒷거래가 판치는 방산비리 등 온갖 부정부패를 통해 또다시 부도 위기의 대한민국으로 만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평가에서도 2007년 세계 11위였던 대한민국은 2014년 26위로 추락했다.

 술 마신 김에 이륙하는 비행기도 되돌리는 황당한 재벌 3세처럼 재벌들은 추악하게 물려받은 부(富)를 무기로 빵집, 꽃집, 커피숍, 슈퍼, 카센터, 고물상 등등 골목상권까지 진출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기’로 내몰아내고 있다. 가계부채 1,050조원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온 국민의 경제가 위기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선봉장인 미국 LA에서조차 월마트 등 대형마트와 아울렛 매장을 시내에 못 들어오게 규제하여 시 외곽에 위치하게 하는 데, 하물며 신자유주의를 따라한다는 우리나라는 왜 이러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태도가 정의로운 것일까. 덩치 큰 유통공룡과 힘없는 골목상권의 싸움은 마치 대학생 청년과 유치원생이 싸우는 것과 같은 데, 심판을 보는 사법부가 링 위에서 그냥 무한 경쟁으로 싸우라는 ‘형식적 형평성’ 논리의 판결을 누가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유통재벌과 골목상권의 싸움에서 우리 사회는 골목상권을 지켜줘야 하고, 유통재벌은 밥그릇을 나눌 수 있는 양보를 해야만 ‘상생’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정의’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해본다.

 이상직<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창회 2014-12-24 11:39:12
현실을 바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일을 시행하고 전통시장 살림살이가 좋아졌는지?
소비시장의 전체 파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