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생적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재조정 방안 마련
지역상생적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재조정 방안 마련
  • 김현수
  • 승인 2014.12.2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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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의 공급량이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공급이 심하게 부족한 경우 상품의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 예로, 몇주전 한 대형마트에서는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장난감을 사기 위해 기다리던 부모들끼리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수요와 공급이 심하게 불균형을 이루는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해프닝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지자체나 국가 사이에서 자원을 놓고 일어나는 갈등도 그 근본적 원인에 있어서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00여년 동안 인류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진보와 이를 통한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달에 우주선을 보낸다거나,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혀왔던 많은 질병들로부터 해방되는 등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경험하였다. 이렇게 일반인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지만, 산업화는 한 사람이 사용하는 자원의 양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자원은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석유나 석탄처럼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잔존량이나 사용 가능 기간 등을 산정하기 쉽지만, 물과 같이 순환하는 자원의 경우에는 자원 고갈의 가능성이나 그 심각성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자원은 수리학적 순환과정을 통해, 대기와 지표 및 지하수를 순환하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무한한 것처럼 느끼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물의 99% 이상은 인류가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그 나머지 1% 미만의 물도 수질에 따라서는 사용이 불가한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한정된 수자원인 강 또는 호수를 공유해야 하는 경우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치단체, 또는 국가 사이에서 갈등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에는 전쟁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제3차 중동전쟁이 요르단 강의 수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전쟁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공유하는 강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아메리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국내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주로 물값이나 댐 건설, 식수원 고갈 및 오염, 하천유량 감소 등의 환경,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여러 정부기관과 환경단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전북 지역에서도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재조정 문제를 놓고 임실군과 정읍시의 입장이 달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해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를 포함한 지역개발의 발목이 잡혀왔다는 임실군의 입장과, 옥정호 유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임실군의 개발은 정읍시의 상수원인 옥정호의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정읍시의 입장이 달라 진통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수학문제의 모범 해답처럼 제시되는 것 중의 하나가 연구용역을 통한 수질 모델링 결과이다. 수질 모델링은 입력되는 값에 따라, 즉 재조정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상황을 바탕으로 모델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것은 오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고, 수질모델링을 수행하는 이유도 지역 주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결국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상수원 보호구역 재조정 이후에 해제된 지역의 개발 양상 및 밀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즉, 임실군에서 정읍시가 이해할 수 있는 해제지역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여 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읍시가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차후에 있을 여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옥정호 문제에 있어서 과거의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 막연하게 과거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실군에서 재조정 된 이후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갈 것인지, 그에 따라 예상되는 상황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정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정읍시는 임실군이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이해하고 열린 자세로 협의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추세나 현상이 아닌 미래의 상황에 대한 두 지자체의 토의와 협의를 바탕으로 사업의 추진이 차근차근 이루어진다면 전국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지역상생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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