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담뱃값 인상!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김형준
  • 승인 2014.12.2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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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내년 1월 1일부터 담뱃값 인상이 이루어진다. 애초에 정부는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고 담배로 인한 질병이 늘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한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부득이한 정책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중앙정부의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건강증진이라는 명분 속에 숨은 꼼수증세, 부자감세는 눈감고 서민 주머니를 터는 서민증세라는 비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곱지 않은 비판에도 사실 담뱃값의 인상은 오래전부터 의학계와 보건당국에서 주장해오던 정책으로 이전 정권에서도 꾸준히 시도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전 정권(정확히는 참여정부)의 담뱃값 인상시도를 서민증세라며 반대하던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현 여당이라는 점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국가중 가장 낮은 편이며, 고가의 담뱃값 정책을 주요 금연 정책으로 활용하는 선진국들에서 이 정책의 효과를 일정부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담뱃값인상 정책은 옳은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필자 역시도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오래전 부터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정책적 타당성에도 담뱃값 인상을 결정한 후 보여주는 정부의 후속 정책을 보면 과연 이번 결정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정말 증세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우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대표적인 비가격 정책인 담뱃갑에 멋진 디자인을 금지하고 암환자 등의 경고 사진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법안은 처음 약속과 달리 은근슬쩍 법안에서 사라졌다.

  이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금연에 큰 효과가 있는 점이 인정받았는데도 말이다. 또한,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의 쓰임을 보면 정말 꼼수증세, 서민증세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분노가 생길 정도이다. 이번 인상으로 조세연구원에 의하면 약 2조 7천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보통 일 년에 담배에 의해서 걷어지는 세원이 약 7조라고 한다면 내년부터는 10조 가까운 돈이 담배 소비에 따라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중 금연 정책을 위해 쓰여지는 돈은 약 1,500억원으로 총 담뱃세의 1.5%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높은 세금까지 내는 흡연자들의 건강을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이 사실상 그들을 위해서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번 2,000원의 인상분 중 600여원은 신설되는 국세의 몫으로 건강증진기금, 교육세, 지방세와 같이 이전 담뱃값 중 포함된 세금이 목적세가 많은 것과는 반대로 국고로 직접 들어가 중앙정부가 건강증진과는 관련없이 그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현재 흡연에 대한 의학계의 관점은 흡연이 니코틴 중독인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판단이다. 다시 말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금연을 시도하여 개인적인 의지로 6개월 이상 금연을 유지할 확률은 약 4% 정도로 대부분 스스로 금연에 성공할 수는 없다. 금연치료법을 보면 폐암 등 건강악화에 따라 의사의 금연에 대한 강력한 권고가 있는 겨우 약 8%, 니코틴 패치나 껌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전자담배 같은 니코틴 대처 요법에 의한 금연은 약 16%의 성공 확률을 보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치료인데 항우울제로 개발되었지만, 금연효과가 인정된 부피로피온이라는 약물은 약 20% 정도의 금연 효과가 있고 최근 개발된 금연치료제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는 약 30%의 금연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이 약품은 모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금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치료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약품을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아도 국민건강보험상 비급여 약품으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상당히 비싼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증가한 세원을 이들 약품에 대한 급여 전환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이 약품 급여 전환에 필요한 자금이 약 3,00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데 늘어나는 세액에 비하여 결코 많은 돈이라 할 수 없다.

  실제로 금연 정책으로 사용되는 1,500억원은 보건소 등의 금연클리닉에서 사용되는 재정으로 무상으로 니코틴 패치나 껌을 나누어 주는 니코틴 대처요법에 사용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것도 금연을 위한 주요한 사업이나 앞선 연구를 인용한 것처럼 가장 효과가 높은 약물치료를 위해 금연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함께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담뱃값 인상에 의한 금연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2,000원이 아니라 약 6,000원, 즉 담뱃값이 8,000원이상 되어야 한다는 연구보고가 의학계에선 지배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0원 인상이 흡연율을 줄이기보단 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정도의 인상안이라는 시각도 많다고 한다. 정부는 진정 담뱃값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면 다시금 후속 조치를 검토하여 가장 효과적인 정책안이 될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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