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가동시작을 보면서
경주 방폐장 가동시작을 보면서
  • 전희재
  • 승인 2014.12.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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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전주 부시장으로 근무하던 2001년도에 전주시 삼천동에 소재한 전주·완주·김제 광역쓰레기 매립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나 주민들과의 약속으로 더 이상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필자는 교수 등 전문가와 함께 쓰레기를 소각처리하는 선진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유럽국가들은 쓰레기를 최대한 분류하여 재활용하고 남은 쓰레기는 소각하는데 기술이 매우 앞서 있었다. 독일의 경우는 다이옥신 재를 네 번이나 걸러서 오염이 되지 않도록 처리하고 있었으며 쓰레기 소각장 시설에 실내 스키장, 종합체육시설 등 체육·공원·레저시설로 겸하여 매우 부러운 환경이었다.

 전주시는 2002년도에 50억원의 마을 발전기금을 내놓고 전주권광역쓰레기소각장 유치 공모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전주시 완산구 상림동 주민들의 열의가 대단하여 현재의 소각장위치에 건립하게 되었다. 기존의 악취나는 쓰레기 매립장과는 달리 지금의 소각장은 쾌적한 환경 속에 테니스·농구·인라인스케이트장 그 외 사우나, 찜질방, 헬스장과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종합 체육 및 레저시설이 되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삼산마을은 하수도가 새로 깔리고, 폭 6m이던 진입로는 36m로 넓어졌으며 낡은 가옥도 모두 현대식 가옥으로 바뀌었다.

 내 집 주변에는 혐오시설이 절대 오지 못하도록 하는 님비현상이 변하고 있다. 경북 청송은 교도소로 유명한 지역이다. 청송교도소는 과거 신군부시절 강력범들을 격리시켜 탈출은 절대 꿈도 못 꿀 장소를 물색하다 선택한 산골오지라고 전해진다. 삼청교육대 교육장이기도 했던 청송교도소는 삼면을 가파른 절벽이 가로막고 있고 유일한 진입로엔 삼엄한 경비가 겹겹이 처져 있어 1981년 보호감호소로 출발한 이후 지금껏 탈주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청송군 진보면에는 현재 경북 북부 제1, 2, 3교도소와 직업훈련 교도소가 있다.

 약 5,600명의 교도소 직원과 이들 가족들이 현지에 다수 거주하면서 부동산, 학교, 금융기관 등이 활성화됐고 면회객들이 뿌리는 돈도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한다. 낙동강 상수원이라 개발이 어려운 곳이어서 청송에 다른 기업시설은 오기 어렵다. 교도소 내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 참여 뜻에서 지역의 상점에서 납품을 받고 상가의 식당과 음식점을 이용하는 한편, 자정운동의 일환으로 각종 지역 행사에 동참하고 장학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인구 6,800여 명의 사과와 고추 농사를 짓고 사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주민들은 ‘청송 교정시설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다섯 번째 교도소 유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여자 교도소 등을 유치해 ‘종합 교정 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청송군은 교정타운으로 만들어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켜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2.11 경주 방폐장의 운영허가를 승인함으로써 29년을 끌어온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가동에 들어간다.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다룰 때 사용한 장갑 등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드럼통에 밀봉해 암반동굴 속에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에 10만 드럼을 영구 저장하는 시설이다. 경주방폐장이 승인되면서 전국의 임시 저장시설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방폐장 사업자인 원자력환경공단은 1986년부터 울진, 영덕, 안면도, 굴업도 등에 방폐장을 지으려 시도했지만 2003년 처음 부지로 선정된 곳은 전북 부안의 위도였다. 당시 부안군수가 유치 공모에 단독 신청해 진행된 부지선정이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닥쳐 ‘부안 사태’로 비화했고 방폐장 건설은 무산됐다. 당시 갈등과정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과 경찰이 부상을 당하고 주민 전과자가 양산되는 등 큰 피해를 남겼다. 결국, 정부는 2004년 2월 부안 주민투표를 실시해 91.8%가 반대하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정부는 2005년 사용 후 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분리 처분하고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 특별법을 제정했다. 3,000억 원의 보상금지원 및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대규모 인센티브 약속으로 정부는 주민투표로 방폐장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포항, 경주, 군산, 영덕 등 4개 지역이 신청했으나 경주가 가장 높은 찬성률 89.5%로 결정되었다. 경주는 이미 지급된 3,000억원의 지원금외에 한국수력원자력본사 이전, 그리고 향후 60년간 총 1조5,000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과학과 공법이 도입되고 과거의 낡은 사고의 틀이 깨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한낱 감성적인 “님비현상”등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중앙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가능하거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무공해 산업”의 블루오션을 찾아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꾸만 노령화되고 줄어드는 인구기반과 세수기반으로는 낙후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청송주민들의 교도소유치노력이나 경주 방폐장유치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희재<진안무주장수임실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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