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소에서 들려오는, “엄마 나 어떻게 해요?”
변소에서 들려오는, “엄마 나 어떻게 해요?”
  • 한기택
  • 승인 2014.12.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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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정신이 강해야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쓴 ‘여덟 살의 꿈’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는 사립초등학교를 나와서 /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 민사고를 나와서 / 하버드대를 갈 거다 / 그래 그래서 나는 / 내가 하고 싶은 /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가 왜 그런 글을 썼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 민사고, 하버드대가 좋은 학교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비록 여덟 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글이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과 단면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서 좀 씁쓰름하다.

 한 휴게소의 화장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엄마 나 어떻게 해요?” “나 어떻게 하라고?”

 그리고는 말이 없었다. 한참 동안 나는 궁금했다. 화장지가 없어서 그런가? 무엇이 잘못돼서 그런지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찡그린 인상으로 변소 문을 ‘쾅!’ 닫으면서 휴대폰에 대고 “선생님이 좋다는 이 학원, 저 학원 바꾸어 다닌 것이 벌써 몇 번째야?” “엄마, 매일 밤 12시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학원이 얼마나 지겹고 싫은 줄 알아?” 짜증스런 목소리로 엄마와 통화를 한참 하더니 마지막으로 “나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니까.” 투덜대며 전화를 끊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내 맘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말이 성적제일주의와 부모의 열성(?)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하소연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아이들로 하여금 부정적 정서를 갖게 해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역경을 뚫고 무엇인가를 이뤄내려는 의지와 능력이 약한 청소년이나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로 한 아버지가 “너만 공부 잘하면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할 텐데…”라고 하자, 이 학생은 “그럼 나만 없으면 행복하시겠네요?”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투신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국가 23개국 중 최하위인 23위로 나타났으며 더불어 사는 능력은 조사대상 36개국 중 35위로 나타났다.

 혁신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벤자민 인성영재학교 학생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들은 학교 필수교육과정인 아르바이트 및 직업체험으로 사회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이 커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지면서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노라고 밝혔다.

 벤자민학교의 모범사례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그린스펀, 스티븐 스필버그, 아인슈타인, 프로이드 등 이들의 공통점은 유태인이라는 점이다.

 유태인의 속담에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넘어지면 손을 잡아서 일으켜 주는데 유태인 부모는 쓰러지는 아이를 잡아주지 않는다. 그저 아이가 쓰러지고 넘어지는 것을 지켜봐 줄 뿐이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이 세상은 너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심어주는 교육을 받은 유태인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청소년들도 중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부모로부터 물질적·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나이가 서른 살을 훨씬 넘겼으면서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모중심의 몰아붙이는 교육이 “엄마! 나 어떻게 해요?”라고 외치는 자녀를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교육도 하루속히 부모중심 교육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립정신을 길러주는 것을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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