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전북문화예술계] ⑦문학·출판
[2014년 전북문화예술계] ⑦문학·출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12.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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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근대문화자료
 올 한해 전북지역 문단에 큰 이슈는 없었지만, 각 단체와 시설의 활동 등 프로그램이 차질없이 진행됐다. 전북 출신 작가들의 수상 소식도 꾸준히 들려왔으며, 출판작업에 있어서도 무난한 활동을 보였다는 평가. 지역에서 발간된 출판물 중에는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저서, 발간물들이 많았고, 역사서와 실용서 등이 다수 출판된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지역 문인들의 꾸준한 활동과 장르 간 소통을 통해 문학적 자양분을 키워나가는 모습이었으나, 일각에서는 장르별 세력 확대로 인해 냉소주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전북문인협회 회장 선거가 있어야 하지만, 선거가 남기는 갈등과 반목의 구조를 없애자며 회장직을 추대하자는 의견이 불붙은 이유기도 했다. 또한, 유독 아픈 사연이 많았던 올해 문학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이 예전만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최명희문학관과 부채문화관이 함께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한 뼘 그림책’이 있어 다행이었다.

 
 ▲전북 문학계의 가장 큰 성과 ‘전북근현대문학자료’

 올해 전북 문학계의 가장 큰 성과로는 문학평론가 최명표씨가 6권으로 정리한 ‘전북근대문학자료(신아출판사)’를 꼽을 수 있다. 애국계몽기부터 해방 전까지 발표된 전북 지역의 문학자료를 총망라한 총서로, 200자 원고지로 무려 1만4,000장이 넘은 분량. 각 권마다 600쪽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로, 전북 출신 437명의 작가들이 발표한 1,178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지역의 문학인과 문학작품 발굴에 따른 성과뿐 아니라 향후 이와 같은 연구가 확대·생산될 수 있도록 큰 기틀을 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계간 종합 문예지 ‘문예연구(발행인 서정환)’는 2014년 봄호를 발간하며 통권 지령 80호를 기록했다. 문예지의 부침과 성쇠가 잦은 시대적인 흐름 속에 20년 동안 한 우물만 파 온 ‘문예연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할만한 역사라는 평가다. 반 백년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순수문예지‘전북문학(발행인 최승범)’의 발자취를 돌아본 기획전이 전북대박물관에서 개최된 것도 화제였다.  

 
 ▲역사서와 실용서 강세 … 각 대학들의 연구결과물도 홍수

 올 한해 도내 출판계의 한 특징은 역사서와 실용서 등이 다수 출판됐다는 점이다. 더불어 지역 대학의 연구소들이 내놓은 각종 연구결과물이 홍수를 이룬 한 해이기도 했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는 조선 후기 의금부에서 역모 사건과 같은 중죄인들을 체포해 심문한 기록인 ‘추안급국안’을 완역해 ‘국역 추안급국안’전 90권을 간행하는 방대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2004년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에서 공모한 ‘기초학문육성 인문사회분야’의 지원 과제로 시작된 ‘추안급국안’번역사업이 1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대 이재연구소는 황윤석(1729-1791)이 쓴 ‘이재만록’ 완역에 성공, 조선시대 사회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시대 호남지역의 대표적 실학자인 이재의 학문과 사상을 중심으로 호남의 실학과 전통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온 결실이 4년 만에 빛을 보게된 것. 개인기록을 통해 지역현대사를 재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온 전북대 SSK 개인기록연구실은 3년간의 연구 성과를 모아 네 권의 단행본을 한꺼번에 출간키도 했다.

 일제에 빼앗긴 국토를 돌아보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 답사기 ‘심춘순례(尋春巡禮)’를 전라도인 시각에서 다시 본‘쉽게 풀어 쓴 심춘순례(신아출판사)’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심춘순례’의 뜻풀이를 위해 만든 독서모임인 ‘심춘독회(尋春讀會)’가 1년 여 간 모여 공부한 결과물은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제작업한 안내서로 주목됐다.

 
 ▲유족의 기금출연으로 석정문학상 제정, 문학인 추모사업도 활발

 전북을 대표하는 신석정 시인(1907~1974)과 관련된 사업으로 ‘제1회 신석정문학상’이 제정된 것은 큰 수확이다. 유족의 기금 출현을 통해 제정된 ‘석정문학상’은 국내 최고 수준의 상금을 내걸어 첫 수상자로 도종환 시인을 배출했고, 신예작가를 중심에 둔 ‘신석정촛불문학상’에는 최정아 시인의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에는 (사)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 석정 시전집 발간과 석정문학관 설립 및 운영, 신석정문학상 등으로 관련 사업이 모두 완성을 보게 됐다. 올해 ‘신석정문학상’ 제정을 통해 작고문학인 기념사업의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더불어 올해 진행됐던 작고문학인의 추모사업도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문학평론가 장세진씨가 소설가 라대곤(1940-2013) 추모 1주기를 맞아 ‘라대곤 문학론’을 엮어 냈다. 문정(본명 문정희·1961-2013) 시인의 시집 ‘하모니카 부는 오빠’는 친구들의 손에 의해 세상에 나왔고, 문인들이 함께 모여 그를 추억했다.

▲ 전북문학관 문학관시비 사진전
 ▲대중과 호흡하는 문학관, 그리고 남은 이야기

 전주한옥마을 내 인문학적 사고와 사유를 전하는 문화공간으로 평가되는 최명희문학관에는 4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관광객을 대상으로 혼불필사하기, 엽서·편지 쓰기, 생각수첩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고, 유료프로그램인 ‘1년 뒤에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는 올해만 1만 명이 넘게 참가하는 등 기염을 통했다. 문학강좌와 기행 등 매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팬층도 두텁게 구성, 14개 시·군 학교에서 진행한 ‘저자특강’은 30여 회 개최되면서 전북 대표 문학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석정문학관에는 올 한해 전국의 문인들과 문학단체들의 방문이 계속돼 문학기행의 메카로 떠올랐으며, 이를 구심점으로 석정의 시를 낭송으로 알리고자 모인 전국시낭송가들의 모임인 ‘한국 신석정 시낭송협회’가 만들어지는 등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전북문학관은 김동수 시인의 연중 문학특강을 개설하고, 도내 문학관·시비 사진전 등을 개최하면서 나름대로 움직였으나 전북을 대표하는 문학관으로서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 활동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따라 전북문단이 아닌 전국문단을 향한 출구로서 문학관의 외연을 확대해야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은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고은 문화사업 추진위원회(가칭)’가 그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이달 말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전북 출신의 시인과 작가들의 수상소식도 한 축을 이뤘고, ‘혼불문학상’과 ‘채만식문학상’ 등 큰 규모의 문학상도 제 몫을 담당하며 지역 문단을 살찌웠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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