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과제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과제
  • 김춘진
  • 승인 2014.12.15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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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국가예산이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국회가 매년 여·야간 대립으로 인해 법정처리기한내에 예산을 처리하지 못하여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예산안 처리는 법정기한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산안 심의를 시작하는 10월부터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날까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국회에서 총성 없는 예산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예산안이 기한을 지켜 통과된 올해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예산담장 직원 분들이 고생하는 기간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현안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국비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못해 발생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란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그 지방의 행정사무를 자치기관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활동을 말한다. 2014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중앙에 재정권이 종속된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성숙한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지방분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무와 재정의 분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총 기능 중 지방의 기능이 약 30%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국가지출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비율은 40:60이지만 세입비율은 약 80:20으로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재정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중요한 물적 자원이다. 불균형한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는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자주도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고 있으며, 자치권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국가업무가 지방의 의견수렴 없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지방은 그 해결만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모 지방자치단체장의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난 4월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가 44.8%에 불과하여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지난 10년간 7%가 하락하였으며, 전국 244개 자치단체 중 50%를 넘는 곳은 12개 자치단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32개 지방자치단체는 자치단체 재정의 절반 이상을 중앙정부 재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스스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업인 자체사업 비중은 2008년 42.3%에서 2013년 35.5%로 줄어들고 있음은 당연한 결과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치권을 기초로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이전 8:2의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음은 문제이다. 최근 고령화의 심화 등으로 복지재정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중앙정부 의존은 더욱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성숙한 지방자치 실현을 강조한 바 있다.

  지방자치가 성숙하고 주민을 위한 풀뿌리민주주의가 실천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적 자주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세원구조를 일정부분 지방으로 넘겨 자치단체장의 책임하에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바로 이것이 재정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며, 성숙한 지방자치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지역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업무를 보아야 할 자치단체장과 직원들이 예산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방문하여 고생하는 일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재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김춘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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