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는 판도라의 상자?
개헌논의는 판도라의 상자?
  • 최낙관
  • 승인 2014.12.1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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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연말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메가톤급 이슈는 단연 개헌 논의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최근 불거진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청와대의 비상식적 국정운영에 의구심을 증폭시키면서 그간 우리의 대통령제가 안고 있었던 구조적 문제를 개헌을 통해 해결하자는 의견에 자연스럽게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고개를 들었다 숙이기를 반복했던 개헌논의가 이제는 ‘주머니 속의 송곳’을 넘어 날카로운 칼로 모습을 바꾸어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한국의 대통령제가 이제는 개헌을 통해 새롭게 재편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개헌논의가 국가적 재앙의 근원인 판도라 상자를 열어젖힌 것인지 아니면 그 속에 남아있는 한줄기 희망을 쏘아 올릴 신호탄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헌법 개정을 의미하는 개헌은 성문헌법에 규정된 개정절차에 따라 헌법이 추구하는 헌정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헌법의 조항과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를 세우는 근본법이기에 물론 그 변경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 근본법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안정성이 훼손되는 경우라면, 개헌은 그 자체로 충분한 논의의 대상일 수 있다. 그간 헌법이 보장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 권력’으로 회자할 만큼 막강했고 그 결과 많은 폐해가 나타났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담론수준을 넘어 개헌을 조직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 소속 여야의원 153명이 시민단체 및 종교계 인사들과 함께 ‘개헌추진국민연대’를 구성해 공식적으로 출범식을 가졌고 아울러 여야 개헌모임 국회의원 33명이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개헌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개헌연대는 출범식에서 선언문을 통해 “지금 헌법은 대통령직선제라는 여망을 담기에 급급, 지방자치와 분권 개념조차 반영하지 못했다. 이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완성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개헌 논의를 정치권과 국회에 촉구하는 한편 범시민운동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헌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얽혀져 있어 당위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당론이나 청와대의 눈치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입장을 번복하고 달리하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반대의 핵심논리는 이른바 ‘개헌 블랙홀’이 모든 민생과 경제이슈들을 빨아들여 경제 활성화와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헌논의 자체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왜 개헌이 국가경제와 경제 활성화에 해악을 입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개헌반대론자들은 자신의 특권과 권력유지만을 위한 ‘보신주의자’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지금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점화되고 있는 개헌논의의 핵심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권력을 분산시켜 한편으로는 국정운영에 책임성을 강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집중으로 인한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 이 땅에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완성하는 데 있다. 이러한 논리에 동의한다면, 개헌은 성숙한 민주주의와 안정된 시장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대안이자 목표일 수 있다. 시행착오는 진보의 다른 이름이고 우리는 그 진보를 희망이라고 부른다. 진정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2015년을 기대한다면,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개헌운동에 진정성 있게 동참해야만 한다. 개헌이 현 시점에서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행위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 시작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돌파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5년 우리에게 다가올 개헌선물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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