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쥬와 다섯 여성들
따라쥬와 다섯 여성들
  • 김보금
  • 승인 2014.12.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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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는 코스타리카라는 비옥하고 온화한 기후의 나라, 맛있는 유기농커피가 생산되는 국가가 있다. 특히 따라쥬(Costarica Tarrazu)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생두는 그 맛과 향이 최고급으로 커피의 대표 브랜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태평양도 대서양도 아닌 우리 지역 이서에서 며칠 전 4일에 5인의 여성들이 모여서 따라쥬와 발음이 같은 ‘따라쥬 커피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조촐하게나마 가졌다.

 올해 7월, 더위가 고비로 치닫는 어느 날이었다. 이서에 살고 계시는 30대에서 60대까지의 여성들 십여 명이 우리센터를 방문하였다. 작년부터 우리센터에서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신 분도 있고 이서 주민자치센터에서 커피 동아리로써 배운 분들도 있는데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카페를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협동조합을 결성하기까지는 그것의 과정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교육은 이서에서 여러 명이 때맞춰 우리 센터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이현민 강사와 우리 센터 담당자가 출장을 가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 같아서 8월부터 이서주민자치센터를 방문했다. 정관을 만들고 협동조합의 기본법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그를 통해 지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

 이미 우리지역에서 작년한해 143개 협동조합이 승인되어 활동하고 있다. 커피바리스타 역시 정읍의 다문화여성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어 따라쥬협동조합의 모델이 될 거라고 본다. 그러나 한해가 지난 지금 백여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목적대로 잘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2년 전에 우리센터에서 출발하여 진행했던 협동조합이 있었다. 협동조합이 정착하기까지는 조합원 간의 이해와 소통 그리고 훈련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들의 출발에 마냥 무지갯빛 미래의 청사진만을 그려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린아이가 있고 가족 중에 환자가 발생하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협동조합이라고 하여도 일, 가정 양립이 어려울 때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만다. 무엇보다도 수익이 보장돼야 하고 조합원간의 원만한 팀 활동이 정말로 필요하기에 조합원이 하나둘 빠져버리면 맥이 풀리고 힘이 없어지고 만다. 그럼에도, 조합의 이사장을 맡게 된 분과 조합원들의 밝은 눈빛으로 보아 분명히 성공하게 되리란 확신을 얻었다.

 가정주부들이 1인당 출자금 3백만 원을 내놓고 그 중 큰 비용을 교육비로 사용하겠다는 사업 소개를 듣고 더욱 안심이 되었다. 더욱이 처음 창립총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다소간의 설렘까지 느껴졌다. 2년 동안 진행한 과정의 내용을 창립총회를 위해 낱낱이 사진을 첨부하여 자료로 만들었고 이사장의 진행 또한 매끄러웠다. 특별히 사회를 보는 조합원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세상은 프로들도 많지만 이제 출발하는 새내기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이제부터가 출발이다. 따라쥬의 사업장을 어디로 선택할지가 고민이지만 이서면의 협조와 완주군의 행정지원 그리고 이서아줌마들의 힘이 모여서 1호점 2호점 3호점…. 아줌마들의 일자리가 확대 창출되고 수익금의 얼마라도 지역에 나눔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협동조합을 창립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지만 여성들이 뭉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언제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우리센터에서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기다릴 것이다.

대안경제로 지역에서 소득이 발생하고 지역에서 일하고 얻은 수확을 지역과 나누며 거시적으로는 세계에도 도움이 되는 착한 경제가 바로 협동조합이라고 본다.

 평소에 달달한 커피를 좋아했지만, 이번 기회에 맛이 깔끔하다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해풍으로 익어간 따라쥬커피를 마시면서 공상으로나마 코스타리카의 산하를 누벼보고자 한다.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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