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 대통령의 수첩에서 시작되었다
국정농단 의혹! 대통령의 수첩에서 시작되었다
  • 진성준
  • 승인 2014.12.1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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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의 인사전횡과 청와대 내 권력암투의 내막까지 드러나며 국정기능에 대한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한파가 일주일 넘게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황과 관련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근혜 정부 인사실패의 민낯이 청와대 인사시스템 붕괴로 확연해졌다. 이제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선명한 비선라인과 무능한 공식라인의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권 초기부터 인사검증을 지휘했던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도 몰랐던 정권 인사' 등을 고백하며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에 공식라인은 없었음을 확인시켜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또한 민심파악 대신에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감시, 윗선 지시로 부처 실무자를 표적 감찰하는 비정상적 업무를 수행하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비선 세력 국정농단 의혹은 확산일로지만 청와대는 책임을 지지도, 수습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잘못을 바로잡고 공적시스템을 복구하기는커녕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의혹의 진실을 입막음하기 위한 겁박에만 집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연일 수사 가이드라인만 내리고 있다. 수십명의 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함께 오찬을 하면서 "찌라시에 나라가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보호막을 쳤다. 잡으라는 도둑은 잡지 않고 도둑 잡으라고 외친 시민을 시끄럽다며 몰아세우는 격이다.

 심지어 지난 9일 박대통령은 "국무위원의 직책은 국민을 대신하고 또 그 실행이 나라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언행이 사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행하는 그런 사명감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선실세 문화부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정조는 1799년 4월 새로운 우의정 이시수에게 "자신도 정승을 공정함으로 대할 테니 정승도 나를 공정함으로 대하라. 마찬가지로 모든 관원을 공정함으로 대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모든 관료는 공정함이 아니면 어떤 일도 하지 못한다"고 강조하며 '공정함'을 관료생활의 척도로 내세웠다. 대통령의 비판을 접하며 혹시 대통령 자신의 모든 행위가 공정했다는 지나친 자기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이러한 공정함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에 더 큰 의혹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 지난 9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39.7%를 기록하였다. 30%대 지지율은 여론조사전문가들이 통치 불능의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하는 수치로써,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이 낮고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청와대와 내각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 상반된 해석을 내고 이를 각자 확신하고 있는 건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증거"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의 유출자와 유출 경위를 찾는 것만으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국민은 유출자가 누구인가에 별 관심이 없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 여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측근들이 막강한 실세가 된 것은 대통령이 수첩을 들고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 그리고 각 부처 장관에게 맡겨야 할 일을 만기친람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정운영이 공적시스템이 아닌 대통령의 수첩에서 이뤄지는 순간 대통령과의 거리가 곧 권력의 서열이 되었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무너진 인사시스템, 국정운영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 역시 결코 덮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박대통령은 국정운영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막기 위해서는 수첩을 내려놓아야 한다. 인사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인사 혁신처 등의 시스템에 넘겨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그리고 각 부처 장관에게 제대로 된 권한을 주고 믿고 맡겨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즉각 문고리 3인방 등을 비롯한 청와대의 십상시와 김기춘 비서실장 등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국정조사를 수용한다든지, 상설특검을 수용한다든지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진성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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