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한 화가 ‘페르낭 레제’
기계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한 화가 ‘페르낭 레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12.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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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열정의 시대를 읽다 5

페르낭 레제 작 - 곡예사와 음악가들

 전북도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 ‘열정의 시대: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가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입체파(큐비즘) 작품이 전시된 제4전시실에는 피카소 작품 이외에도 페르낭 레제의 100호 상당의 유화작품 ‘곡예사와 음악가들’이 전시돼 연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곡예사와 음악가들’은 1945년 작품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기계들이 서로 닮아있으며, 형태와 색채의 대비의 강렬함이 느껴지는 레제의 대표작. 등장인물의 평면적인 구성과 두껍고 검은 윤곽선이 돋보이는 모습에서는 기계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한 새로운 튜비즘(tubism) 양식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1881년 출생인 레제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던 시기는 1910년 이후부터다. 들로네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파리의 지붕들’을 비롯해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품을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산업사회 뿐 아니라 대포와 비행기, 포탄과 같은 전쟁무기에 매료된 작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1919년 잔 로이와 결혼한 이후에는 인체를 아무런 감정 없이 차갑고 정형화된 기계형태로 응용하거나 기하학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입체주의에서 비롯됐지만 대상을 원통형, 즉 튜브로 탈바꿈시킨 튜비즘을 창안한 레제. 입체파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점은 기계문명의 찬양과 함께 공장 노동자들의 세계를 화폭에 담고자 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명암과 간결한 색채로 사물을 표현하기를 좋아했던 레제만의 독특한 화풍에 매료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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