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재난 관망(觀望) 타워인가
안전처, 재난 관망(觀望) 타워인가
  • 전정희
  • 승인 2014.12.0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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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인 국민안전처가 닻을 올린 지 근 한 달이 지났다. 안전처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 속에 출범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재난에 대한 국가적 컨트롤타워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사조산업 원양트롤어선 ‘501오룡호’ 침몰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세월호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컨트롤 타워는 여전히 부재했고, 소관부서의 책임소재를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비극이 재연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정보를 신속히 전달받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도 마찬가지다.‘과연 이 정부에 국민의 안전을 맡겨도 되는가’하는 근본적인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정부는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5월 고양 터미널 화재, 10월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 등 인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그때그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하는 척만 했고,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드러난 것이다. 아픈 교훈을 제대로 깨닫긴 했는지, 지킨 약속이 있긴 한 것인지, 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오룡호 침몰 사고는 사망·실종자가 53명에 달하는 최악의 원양사고로 기록되게 됐다. 노후화된 선박, 악천후 속 무리한 조업 등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부의 무능과 무사안일함도 한몫했다. 특히 안전처가 한 일이라고는 해양안전센터에서 오룡호의 조난 사실을 파악해 외교부를 거쳐 러시아에 구조 요청을 한 것이 전부였다. 예전 해경이 했던 ‘상황전파’ 역할 뿐이었다. 해외 바다에서 발생한 사고니까 소관사항 밖이라는 것이다. 사고대책본부도 해양수산부에 꾸려졌다. 그것도 정부가 사고 발생을 인지한 지 3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후 사고대책본부는 다시 외교부로 옮겨졌고, 사고수습에 따른 사후 보상업무도 해수부가 맡는다고 한다. 사고수습과정에서 안전처의 특별한 업무는 없었다. 컨트롤은커녕 관망(觀望)만 했을 뿐이다.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필자는 얼마 전 국민안전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료에는 ‘대부분 대형사고가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 그간 안전관리는 정부의 영역으로만 인식됐다’고 돼 있었다. 국민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정부에 묻는 것은 비정상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희생 및 실종된 304명에게 있고, 그 원인은 이들의 안전불감증에 있다는 것인가. 심지어 ‘높아진 국민의 안전욕구를 해결하는데 정부 주도의 안전관리는 한계가 있다’며 사고 발생 시 지자체에 책임을 묻겠다는 오만함까지 드러냈다. 장·차관 모두 군 출신이라서 안보와 안전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인가. 실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안전예산은 14조원 규모다. 특히 올해 예산정국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연간 3,400억원에 달하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하여 소방관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소방안전시설을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예산과 조직을 늘린다고 해서 국민안전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재난안전에 관한 비정상적이고 오만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안전관리는 정부의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고 발생 시 신속한 현장대응을 위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안전담당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매뉴얼과 법규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도덕성 논란 끝에 지난 5일 취임한 박인용 장관이 밝혔듯, 안전처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 대혁신의 한 축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전정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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