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元老)는 어디에 있는가
원로(元老)는 어디에 있는가
  • 나종우
  • 승인 2014.12.04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이 어수선 하다. 국가적으로 볼 때는 정치도, 경제도, 외교도 그저 소시민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살고 있는 지역의 분위기도 느낌이 만만찮다. 지금2,30대들은 주어진 현실만을 보면서 살아가니까 크게 느끼지 않을지 모르지만 50대 이후 세대들은 예전이 좋았다고 말들 한다. 그 말 가운데는 여러 가지가 내포되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질서가 있었고, 그 질서의 중심에는 원로들이 있어서 좋았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전에는 정치원로. 문단원로. 지역원로 등 각계각층의 원로가 많았는데 지금 그 원로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원로를 이야기 할 때 마치 고전처럼 거론되는 것은 고대 로마의 원로원元老院이다.

로마의 권력이 귀족, 공화정, 황제로 이동하면서 부침을 계속했지만, 원로원은 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존속했다. 그리고 원로원의 역할은 절대적 권위였다. 당시 로마에서는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원로원에 자문을 구했고, 원로들은 사심 없이 국익 앞에 누가 들어도 타당한 조언을 했다. 이 때문에 세나투스 콘술툼(Senatus Consultum)이라 불리는 ‘원로원의 결의’는 법적인 효력은 없어도 법과 다름없는 권위가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많고, 반목과 불신. 대안 부재로 충돌하고 있는데도 이를 다듬어줄 원로가 없다. 도시든 농촌이든 국회든 지방의회든 주장들은 날마다 어지러울 정도로 쏟아내지만 그 주장들에 귀를 귀울이는 자들은 보이질 않는다. 노사의 문제, 여야의 문제,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만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어찌 보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모두가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모이고 흩어진다. “나만” “우리만”의 주장만 쏟아 내기에 지도력 없는 지도자, 정치력 없는 정치가 - 주장과 지도자는 있으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듬고, 조율해줄 원로가 보이질 않는다.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처럼 이야기 했다. 시대가 바뀌어 원로의 개념도 바뀌었다고. 요즘 지방의 원로는 지방의원들이라고. 자치 단체장들이 어떤 문제가 있을 때면 원로를 찾으려 하지 않고 의원들을 찾는다고.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권위 있는 원로도 보이지 않지만 원로의 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원로를 찾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분야에서도 원로를 찾기가 힘들다. 원로의 말은 힘이 아니라 사리를 분별해주는 사회적 규범이며 철학이다. 힘 있는 지도자나 장長들이 힘으로만 국정이나, 지방자치를 이끌어 가려하지 말고 원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임기동안만 박수를 받으려 하지 말고, 먼 후일까지 이름을 남기고 또 다음에 원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원로의 길을 가야 된다.

원로는 단순히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범 할 수 없는 기품으로 한 길에서 꼿꼿하게 경륜과 덕을 쌓은 사람을 말한다. 그렇기에 원로의 자리는 하루 아침에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큰바위 얼굴을 품고 살아갈 때 큰바위 얼굴이 될 수 있듯이 원로를 꿈꾸며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직에서 물러나 겨울나무처럼 잎을 다떨구고 있을지라도 어떤 문제가 생길 때면 천근의 무게로 나무라며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질서가 유지될 수있다고 생각 할 수 있는원로가 그립다. 예전에 도지사나 자치단체장들을 중앙에서 임명하던 시절, 다른 지역에서는 내려 보내기 전에 그 지역의 원로들에게 암암리에 그 자리에 합당한 지를 물었는데 우리지역은 누구를 내려 보내도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원로가 없었다는 이야기 같아 씁쓸하였다. 논어論語에 보면 ‘외대인畏大人’이라는 말이 있다. 현덕賢德을 갖추고, 경험이 풍부하며 연령을 많은 사람을 존중해야만 사회 질서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원로들이란 자기들과는 ‘코드’가 맞지 않아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로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원로를 너무 잊고 살았다면, 원로가 복원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 그리고 원로가 사라진 것을 반성해야 된다.

 나종우 <원광대 명예교수·전주문화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