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뒤엔 아름다움이!
슬픔 뒤엔 아름다움이!
  • 장선일
  • 승인 2014.12.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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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자연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수많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아름다움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늙게 되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천수를 누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어린 나이 또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단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결국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던 가족, 친구 그리고 지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것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평생 묻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슬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꽃다운 젊은 나이에 백혈병이 재발하여 세상을 떠난 한 대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밝고 맑은 아름다운 성정을 가지고 부모님께는 효성이 지극하고 가족들에게는 웃음과 희망을 주었다. 더불어 친구를 비롯한 선배와 후배 그리고 교수들과 잘 어울리고 바르게 학업뿐만 아니라 취미생활도 열정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그 학생은 어느 날 치명적인 백혈병이 재발하여 한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백혈병과 사투를 버리게 되었다. 항암치료에 지쳐버린 학생은 자기 모습을 친구들께 보이고 싶지 않아 가족들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항암치료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병세가 악화하더니 모든 장기에 전이되어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사경을 헤맬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 사실을 알리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학과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백혈병과 사투를 버리고 있는 학생을 살리기 위해서 수많은 친구들이 수혈을 자원해 왔고, 천문학적 병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금운동이 확산하여 전교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직원들까지 동참하게 되었고, 이름 모를 아름다운 사람들의 손길도 더해졌다. 더불어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간절한 기도회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 학생은 회생하지 못하고 영원히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나버렸다. 슬프고 아쉬운 이별이지만, 고통이 없는 세상으로 갔기에 우리는 슬픔을 견디고 있다.

 며칠 뒤 부모님의 마음을 담고 유족 대표가 학교를 방문하여 그동안의 도움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우리 아이와 같은 병으로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청하였다. 천문학적 병원비용에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전해온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뜻하지 않게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슬픔이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 지금도 우리 학생과 같이 치명적인 병으로 인해서 사경을 헤매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수없이 많다. 이러한 처지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있을지라도 이를 극복하는 길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 평생 자식을 가슴에 묻어두어야 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그 뜻은 길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은 물체를 보고 느껴 얻어지는 감동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예쁜 꽃이나 예술작품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을 말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물체가 아닌 고통과 슬픔이 있는 사람을 향하여 다정하면서 너그럽게 포용하는 봉사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은 결코 큰 대가를 얻은 결과로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인 사람에게 물질과 마음을 나눌 때 기쁨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봉사를 하면 할수록 슬픔을 뒤로하고 더 많은 위안과 기쁨을 얻게 되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포근한 날씨 속에 잦은 비로 인해서 개나리와 철쭉이 철을 잊은 채 마치 봄처럼 꽃을 피우더니 갑작스럽게 폭설과 함께 기온이 뚝 떨어져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더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언제든지 인생의 고통과 슬픔이라는 혹한이 올 수 있기에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감사와 봉사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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