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공동체를 열어나가다 … 소통과 공감, 생활세계 속으로
마음의 공동체를 열어나가다 … 소통과 공감, 생활세계 속으로
  • 고길섶
  • 승인 2014.12.03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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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섶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람들을 보다> 10.

 올해 27군데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하는 현장들을 둘러보았다. 교육과정을 지켜보고 강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일지와 사업계획서를 살펴보았다. 무엇보다도 교육 참여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꼼꼼히 챙겨보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곳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들 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교육 대상자들의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였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방법의 취지로 볼 때 교육 참여자들이 즐거워 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것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근본적 과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는 열정과 즐거움인지를 물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와 관련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방 주입적으로 하여 참여자들을 대상화시키는 게 아니라 쌍방향 소통적이며 참여자들을 자발적, 능동적 주체로 이끌어 내려는 실천이다. 특정 예술행위의 전문적 학습행위나 기능전수 자체에 주안점이 있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 행위를 매개로 하되 참여자들의 소통적 관계를 중시하고 그에 따른 공감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문화예술교육이지만 문화예술교육 영역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그것을 매개로 하여 생활세계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소통적 관계와 공감의 커뮤니티 형성을 중시한다는 게 바로 생활세계, 삶의 문제로 연결된다. 공감이라는 말도 문화예술 행위나 표현 자체에 머무는 게 아니라, 대상세계 혹은 참여자들의 삶과 마음의 움직임과 연계되는 것과 관련된다.

 교육 취지가 이렇다보니 교육과정을 섬세하게 진행해야 할 과제를 안는다. 가령 동네 할머니들과 연하장 만드는 교육을 진행한다면 단순히 연하장을 이쁘게 만드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한마디가 되었건 두 마디가 되었건, 할머니들에 있어서는 아마도 생애 처음 경험해보는 일일텐데, 자기 마음의 메시지를 표현하게끔 할머니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진행하도록 한다. 그러다보면 할머니들의 사연도 찬찬히 들어보고 누구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게 좋을지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대상이 골치아픈 문제거리가 있으면 그것을 회피하려 하지 않고 골칫거리와 함께 하려 한다. 어느 지역에서는 귀농자들을 대상으로 하되 그들의 문화적 향유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을 선주민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 계획되어졌고 그 성과는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귀농자들에게 거리감을 두고 집지을 땅도 내놓지 않던 선주민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변하게 되었다.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러한 특이성을 갖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대단히 유의미하다. 교육은 8개월에 걸쳐 30회 이상 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대상자들과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은 기본이고, 교육시간 뿐만 아니라 교육시간 외에도 개별 참여자들과 접촉하여 문제를 풀어나간다. 고민과 열정이 없으면 교육은 성공하기 어렵다. 1주일에 한번의 교육을 위하여 강사는 일상적이다시피 고민한다. 몇 푼 되지도 않는 보수를 받으면서 말이다. 애정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은 작으나마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힘이다. 소통의 질과 삶의 질을 높이며 구성원들간의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과 대화를 나눈다. 수천, 수억의 지원금을 퍼붓는 여타의 국비사업보다 농산어촌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시간은 여기서 더 열린다. 무엇보다도 교육 취지상 이해타산에 얽히지 않고 마음의 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교육 참여자들 역시 삶의 주체와 공간을 새롭게 만든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내린 결론이다. <끝> 글·사진=고길섶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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