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은지화’로 한국인의 심장을 깨운 이중섭
‘소’와 ‘은지화’로 한국인의 심장을 깨운 이중섭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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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열정의 시대를 읽다] 3.

 전쟁의 상흔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인은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다 못해 또 다시 6.25를 겪으며 피폐해져 갔다.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으며, 희생자의 슬픔은 계속될 수 밖에 없었던 소용돌이 속의 시간들. 그 극심한 가난 속에서 피어오른 예술혼은 누군가의 심장을 깨우기 충분했고, 화가 이중섭은 가족애(愛)라는 주제로 그렇게 다가왔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에 전시 중인 이중섭의 작품 은지화 ‘가족’은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잘 짜여진 구도 속에 그의 네 가족이 모두 표현돼 있다. 아빠에게 조르듯 엉겨있는 두 아들과 편안하게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으로 아주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묘사하고 있다. 가족과 생이별을 겪고 있는 이중섭이 꿈에도 그리던 모습인 것. 그 애절한 소망은 현대인의 가슴은 물론 푸른눈의 관람객의 마음까지도 사로 잡기 충분해 보인다. 그의 은지화 작품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당시 이중섭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는데,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것보다 종이에 과슈를 쓴다든가 또는 시험지를 이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합판 등에다 닥치는 대로 그린 것들이 많다. 물론 이런 것들은 극심한 가난 속에 이뤄진 결과물이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담배 속지인 은박지에 그려낸 은지화들인데, 이중섭은 조그마한 은박지에 송곳이나 못, 손톱 등으로 새기듯이 그려내고 가끔은 채색도 했다.

 그의 작품 ‘은지화’를 만날 수 있는 제3전시실은 관람객들이 가장 친근해하면서 관심이 많은 ‘한국의 모더니즘’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의 인상파를 이끌었던 김주경과 오지호, 화강암 같은 질감으로 예술세계를 펼쳐간 박수근, 수채를 이용해 비취빛 물색을 절묘하게 그려낸 천재화가 진환 등의 작품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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