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별' 보아, 당신만의 고유명사(인터뷰)
'아시아의 별' 보아, 당신만의 고유명사(인터뷰)
  • 뉴스1
  • 승인 2014.12.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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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보아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상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며 "나이가 들어보니까 이상형이 필요 없더라. 같은 연예인이어도 상관이 없다.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직업이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김진환 기자

아시아의 별.

수많은 스타들이 '아시아의 별'이라는 이름으로 뜨고 진다. 공교롭게도 이 수식어는 한 사람에게 오래 머무르는 법이 없다. 새롭게 혜성처럼 나타난 이에게 옮겨가기도 하고 한류의 물살을 반짝 누려본 이들을 위한, 아주 흔한 관용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만큼 오래 지키기도 힘들고 어울리기도 힘든 수식어이지만, 이를 고유명사로 갖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 한계치를 가늠할 수 없는 아티스트, 바로 보아다.

가수 겸 배우 보아가 영화 '빅매치'(감독 최호)의 의문의 빨간천사 김수경 역으로 생애 첫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김수경은 천재 악당 에이스(신하균 분)의 지령에 따라 불굴의 파이터 최익호(이정재 분)를 다음 미션으로 안내하는 인물이다.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지만 속도위반 운전으로 최익호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그를 압도하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지녔다. 과거에 남모를 아픈 기억을 가진 미스터리한 여인이기도 하다.

보아는 김수경 역을 위해 이정재와 함께 5개월 간 액션스쿨에서 특훈을 받았다. 주 2, 3회 기초 체력 훈련부터 복싱, 타격, 낙법, 구르기 등 액션 트레이닝을 받았고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복싱 트레이닝을 추가로 진행했다. 액션을 병행하면서도 김수경이 갖고 있는 드라마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 모습도 엿보인다. 액션 장르에서 다소 심오한 캐릭터를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해당 배역에 도전한 이유를 "수경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해 궁금증이 일게 했다.

"막연히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김수경이 전직 복서라는 사실과 달리는 신이나 액션 신이 많았던 점이 좋았어요. 춤을 오랫동안 해왔었기 때문에 액션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분명히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이걸 잘 해낸다면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꼭 잘 해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보아는 흡연 연기도 시도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을 하고는 담배를 입에 물고 거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에이스의 농락에 단단히 열이 받은 최익호도 인상을 쓴 채 차를 모는 김수경 앞에서는 제동이 걸린다. 흡연 연기라는 것이 김수경의 감춰진 과거를 나타내는 단초 역할을 했지만, 친절한 서사 진행이 부재하다면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여지를 남길 가능성도 있었다. 보아는 이에 대해 매우 분석적인 답변을 내놨다.

"(흡연 장면이) 꼭 있었어야 했나봐요. (웃음) 사실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려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흡연이라는 게 전직 운동선수가 해서는 안 될 일이잖아요. 계속 연이어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면 얼마만큼 자신을 포기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봤어요. 그렇게 아끼는 운동을 자신의 삶에서 다 내려놓기까지 수경이에겐 감당하기 힘든 많은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김수경과 최익호의 관계는 '빅매치'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초반 티격태격하며 으르렁 대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에이스의 게임판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동료로 발전하고, 후반부에서는 황폐해진 게임판 위에서 진한 동지애를 보여준다. 김수경이 최익호에게 와락 안긴 채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를 두고 관객들의 해석이 분분해지기도 했다. 최호 감독은 이에 대해 "운동밥 좀 먹은 사람끼리 통할 수 있는 교감 정도"라고 했다. 보아는 김수경과 최익호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저는 감독님의 의도가 무슨 의도인지 알 것 같아요. 가수들이 공연이 끝나고 포옹을 하는 것 처럼,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사람들끼리 교감을 나눈 게 아니었을까요? 사실 수경이의 과거가 에이스와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안 나와서 설명이 부족했어요. 수경이 역시 에이스가 짜놓은 게임판의 말이었는데 최익호라는 친구 덕분에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복수에도 성공하고, 그렇게 꿈꿨던 복수를 현실화시켜준 익호에게 고마움을 느껴서 일 것 같아요."

가수 겸 배우 보아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SM 후배 가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후배들이 각자 연차도 어느 정도 되기도 했다"며 "다 자신들만의 스타일들이 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 말했다. © News1 김진환 기자

이정재는 후배 배우 보아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김수경이란 캐릭터에 축적된 훈련과 노력의 시간이 보아의 근성있는 모습과 중첩되기도 한다고 했다. 각 촬영에서 요구되는 연기와 액션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오는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보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이정재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쳤던 액션 장면을 꼽으며, 영화를 찍으면서 이정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정재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죠. 항상 그렇게 좋은 말씀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이전에도 '계속 연기해도 되겠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촬영장에서도 김의성 선배님도, 이성민 선배님도, 모두 너무 잘 챙겨주셨죠. 가수 생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막내의 사랑, 신인의 사랑을 참 오랜만에 한몸에 받았어요. 특히 SM에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사랑이었죠. (웃음)"

가수 생활 14년차. 어느덧 SM에서도 많은 후배들을 둔 어엿한 선배 가수가 됐지만, 연기자로서는 신인이나 다름 없었다. 한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를 누리고 또 다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란 쉽지 않았을 터다. 우려의 시선 역시 동반됐을 것이고, 이에 따른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이라 추측됐다. 보아에겐 여타 아티스트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가 없었지만, 생경했던 연기 분야에 도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악과 연기, 둘 다 너무 어려워요. 게다가 이번에는 처음 하는 한국 영화이기도 했고요. 어떻게 연기할지 유독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부터 잘 하고 싶지만 가수로 쌓아온 것이 있는 것처럼 연기로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도 연기 제의는 수 없이 받아왔지만 대충하는 게 싫어서 엄두도 못냈죠. 준비가 안 됐다 싶으면 시작도 안 하는 스타일이기도하고요. 늦게 시작해서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보아는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로 연기의 매력을 알게됐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는 협력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가수 활동을 하면서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보아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고도 말했다. '메이크 유어 무브'와 '빅매치',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을 면밀히 살펴보면 보아에게 크나큰 두 가지 도전 과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 수 있다. 영어 연기와 액션 장르, 보아는 왜 높은 목표치가 있는 영화에 출연한 것일까.

가수 겸 배우 보아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SM에서 가장 아끼는 후배 가수를 묻는 질문에 "전부"라고 답했다. 그는 "후배들이 다 잘 됏으면 좋겠다"며 "칭찬과 채찍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도 후배들의 색깔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하는 음악에 만족햇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 News1 스포츠 / 김진환 기자

"'메이크 유어 무브' 같은 경우에는 춤을 오래 춘 사람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영화였어요. '빅매치' 같은 경우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주변의 반대도 많았고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은 확실히 있었죠. 그런데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서 어두운 캐릭터를 한 번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때마침 들어온 것이 '빅매치'여서 결정하게 된 이유도 컸어요. 사실 (도전을 주는) 그런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고 있기도 하고요. "

보아는 작은 역할이라도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주·조연을 떠나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주저하지 않고 출연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음악에 이어 연기로 더욱 분주해질 그의 가까운 미래가 피부에 와닿았다. 쉴 틈 없이 달리는 일상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는 것"이 그의 탈출구가 돼 준단다.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강박으로 내몰리진 않을지 궁금해졌다.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없어진 것에 이젠 익숙하죠. (웃음) 일은 지금 놓게 된다고 해도 전혀 후회는 없어요. 그만큼 열심히 해왔으니까요. 물론 지금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지만요. 지금으로선 앞으로도 더 즐겁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음악할 때는 음악할 때의 즐거움, 연기할 때는 연기할 때의 즐거움을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보아는 프로란 "안주하지 않고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끊임 없는 자기 반성과 도약을 재시도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됐다. 2015년을 맞이하며 "데뷔 15주년에 걸맞는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또 다시 바쁘게 다음 지점을 향해 진보할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아시아의 별, 그래서 보아의 고유명사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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