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누구에게 있을까?
열쇠는 누구에게 있을까?
  • 김 진
  • 승인 2014.11.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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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초부터 우리는 시장지상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대처 영국수상이 번영과 자유로 향하는 열쇠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쥐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세계경제를 신자유주의로 이끌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번영과 자유로 향하는 열쇠를 시장이 가지고 있다는 믿음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깨졌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사람들의 탐욕과 무책임하고 위험한 도전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시장지상주의에는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시장지상주의 도덕적 결함

 한데 의아한 것은 시장과 효율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도덕 얘기가 왜 나오느냐는 것이다. 막말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웬 공자 맹자 같은 소리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말이다. 세상이 둘·셋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남녀가 다르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따로 있지만, 모두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이다. 시장경제와 효율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더라도, 비효율적인 사랑도, 돈이 안 되는 도덕도, 어차피 한 덩어리로 함께 사는 곳이 세상이라는 얘기다. 이는 세상 속에는 수많은 사람과 재화, 물질과 도덕, 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가치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중 한쪽이 너무 커지면 당연히 다른 어느 쪽인가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한데 80년대 이후 시장과 효율의 가치가 지나치게 커지다 보니, 도덕과 규범의 영역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찬물도 위아래가 있고 장사에도 상도의가 있는 법인데, 이젠 돈 앞에 뵈는 게 없는 세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즉 사람들의 생각이 돈이면 뭐든지 다 바꿀 수 있는 곳이 시장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이 진정 레이건과 대처가 주장한 번영과 자유란 말인가?
 

 *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 되는 가치들

 아마 그들도 이러한 세상을 원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들도 시장원리만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나 질병치료와 같이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것들 말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돈의 유용함과 편리성 앞에 굴종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은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면 함께 사는 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돈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특히 자본주의처럼 시장의 가치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한 사회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사회다. 그리되면 사람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의 유혹 앞에 온갖 부정과 부패, 폭력과 횡포가 난무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돈으로 사선 안 되는 것들’이나 ‘돈보다 중요한 가치들’을 찾는 노력이다. 한데 그러한 노력이 꼭 돈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나, 양극화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왜냐하면, 서두에 밝힌 대로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게는 번영과 자유를 안겨주는 열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언제나 변화하고, 때로는 큰 위험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열쇠는 누구에게 있을까! 모두가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 열쇠는 우리에게 있다. 자녀들 밥상머리 교육 잘 시키고, 학교에서는 국어와 국사를 영어보다 많이 가르치고, 주유할 때 시동 끄라면 끄고, 그렇게 서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면서 살면 된다. 그러다 보면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 믿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리 믿으면 꼭 그리될 것이기 때문에.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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