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 뺏어 어른 노름빚 갚으려는가?
아이들 밥 뺏어 어른 노름빚 갚으려는가?
  • 최형재
  • 승인 2014.11.25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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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당정, 여야 그리고 지역에서는 도교육청과 어린이집 연합회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다. 최근의 정치권 움직임을 보면 부족하지만 금명간 합의점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합의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누리과정이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만 3-5세 어린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며 교육과 보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과정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어린 영유아의 보육수준을 가정의 경제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는 것이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며 아이들에게 온갖 편의를 제공하면서 사는 얘기를 내보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렇게 자란 아이들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차이가 날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는데 누리과정의 취지를 보면서 고민이 해결된 필자로서는 누리과정 예산 논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2년 3월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원하던 보육비 지원을 소득에 상관없이 만 5세를 시작으로 2013년 3월에는 만 3~4세에게로 확대 실시했고, 2014년에는 22만원, 2015년에는 27만원, 2017년에는 30만원으로 지원금액을 점차 인상해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누리 과정에 국고 지원은 없다고 하면서 상황은 꼬이게 되었다. 누리과정 중 유치원 교육비 1조 7,855억은 지원하나 어린이집 2조 1,429억을 지원할 수 없다며 각시도 교육청에 떠넘기자 교육청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보육은 국가 책임이라고 맞선 것이 갈등의 시작이다. 2차전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맞서 여당은 예산이 없다며 무상 급식 등 복지정책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상임위 간사와 교과부가 5천600억 규모의 정부지원을 합의하여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소위 친박계 실세로 불리는 여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이를 뒤집어 논쟁은 연장전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와중에 시도 교육청간의 대응방안이 달라 간극이 생겼고 불안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집단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예산편성 법정 기한을 앞두고 지난 여야와 교과부가 합의했던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살림을 꾸려가는 정부여당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번 논쟁을 보면서 정부여당의 태도에 몇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첫째는 선거 때 공약에 대한 아무런 해명없이 돌변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이에 침묵하는 대통령은 신뢰를 잃어 가는 것 아닌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당시 0-5살 보육과 교육에 대해 국가가 완전하게 책임진다고 하였다. 이를 뒤 집으려면 뭔가 설명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선출직 교육감 특히 진보교육감에 대한 여론을 나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불안해한다. 전문가들이 어떻게든 지원이 돼서 보육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득하지만 아이가진 부모는 예산 못 챙기는 교육감에게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는 이번 기회에 의도적으로 복지의 방향을 바꾸려는 의도가 보인다. 복지병 운운하며 무상급식, 노인연금 등에 손을 대려는 것으로 보인다. 돈이 없다고 엄살을 떨지만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탄비리)에 날린 돈이 100조에 이른다고 하니 나라살림을 잘하면 누리과정예산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어른들이 살림 잘 못해놓고 어린 아이들의 예산을 깎는 것은 어른의 노름빚 갚으려고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논쟁의 결론은 이래야 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누리과정 예산 논쟁을 피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누리예산 확보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하고, 발행하는 지방채 상환 원리금과 이자는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수준이 OECD가입 33개국에서 32위에 그친 우리나라가 이제 시작된 복지예산의 구조를 바꾸려는 것은 안 된다. 교육은 백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최형재<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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