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용의자 놓친 경찰 ‘망신’
현장에서 용의자 놓친 경찰 ‘망신’
  • 임동진 기자
  • 승인 2014.11.2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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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익산 왕궁의 한 저수지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해용의자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24일 익산경찰에 자수했다. 자수한 장모(34)씨가 익산경찰 수사관에게 범행일체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장씨는 “당일 만취상태에서 택시기사와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현주 기자

택시 운전기사를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한 피의자가 경찰에 자수했지만, 그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전북도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 미궁에 빠질뻔한 강력사건이 피의자의 자백으로 일단락 됐지만, 살해현장에 나타났던 용의자를 불심검문하고도 놔주는 등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4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택시 운전기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장모(남·33)씨가 익산경찰에 자수했다.

사건 발생 23일 만이다.

문제는, 장씨는 자수한 이날이 경찰과의 첫 대면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사건발생 15여만인 지난 17일, 장씨는 흉기로 택시운전기사 박모(63)씨를 살해한 현장을 다시 찾아, 풀밭에서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 거렸다.

당시 경찰은 압박수사를 위해 매일 같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다 장씨와 맞닥뜨렸다.

경찰은 수상한 행동을 보인 장씨를 상대로 불심검문에 나섰으나, “인근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칩을 잃어버려 찾고 있다”는 장씨의 답변을 듣고 곧바로 돌려보냈다.

택시의 블랙박스가 뜯겨져 나갔다는 점도 착안하지 못한 채 별다른 전과도 없고 직업도 있는 장씨를 큰 의심 없이 그 자리에서 보내 준것.

경찰은 또 CCTV 분석을 통해 이미 후드 티를 쓰고 있는 등의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보했지만, 눈 앞에 있는 장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이로써 불문율처럼 전해 내려오는 용의자는 현장을 다시 찾아온다는 말도 무시한 채 다 잡아놓은 범인을 놓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관계자는 이에 “좋지 못한 CCTV 화질로 용의자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고만 해명하고 있다. 

한편, 피의자인 장모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우발적인 범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씨는 사건 당일이던 지난 2일 오전 5시49분 전주시 인후동 인근에서 봉동 3공단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택시에 탑승, 목적지에 도착한 뒤 숨진 택시기사 박씨에게 “전주로 다시 되돌아가자”며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흉기로 택시기사 박씨를 찌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씨는 경찰조사에서 “전날 친구들과 소주 3병씩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을 저지르고 지금까지 꿈을 꾼것 같다”고 진술했다.

장씨는 경찰이 사건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이자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장씨는 범행 이후 자신의 형제에게 “내가 사람을 죽인 것 같다”라고 털어놨고, 범행을 저지른 23일만에 형제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경찰은 장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임동진·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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