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이기기만 하는 게임 안된다
교육현장, 이기기만 하는 게임 안된다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4.11.24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구얘기부터 해야겠다. 지난 23일 성남FC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승리했다. 통산 3번째 들어 올린 우승컵이다. 시민축구단의 승리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축구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성남 축구는 이날 결승 상대인 서울이나 준결승 상대였던 전북현대와 달리 수비형 전략을 구사했다. 이날 성남은 전반 10분까지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을 뿐 이후부터는 철저히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펼쳤다. 전북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채 10분조차 공격 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눈에 띄지 않았다.

 경기는 이기기 위해 하지만 내용에서 진다면, 흥미가 떨어진다면 이긴 경기라고 하기엔 민망하다. 두 경기 모두 전·후반과 연장전 120분을 비기기 전략에 성공한 성남은 승부차기에서 강팀을 차례로 넘어뜨렸고 우승컵을 꿰찼다. 객관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결승에서 성남이 보여준 골키퍼 박준혁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팬들에게 보여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북과의 경기에서 더욱 그랬다. 필드맨 10명 가운데 7~8명을 페널티박스 안에 배치해 골문을 봉쇄하는, 오로지 이기기 위한 게임에서 배제된 팬들이 열광할 리 없다.

 교육얘기를 할 차례다. 한창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옥신각신한다. 국가예산 사업인 누리과정(만 3~5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꼴이 되자 교육감들이 ‘연대 파업’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무상보육을 강제이행토록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한 차례 연대가 무너졌지만 여야 간사 합의로 이뤄진 국가예산 투입 결정을 여당이 10분 만에 뒤집자 다시 손을 잡았다. 예산 편성을 했지만 집행은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틈바구니에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 온,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학부모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학입시 원서를 넣듯 여러 유치원에 원서를 내고 추첨을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도교육청의 권고를 무시하고 추첨도 없이 마감해 분통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교육현장이 이기기 위한 게임으로 어수선한다. 축구 팬 격인 학부모와 아이는 안중에도 없이 경기에 몰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승환 교육감은 현행법상 시·도교육청이 누리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속에서도 어린이가 피해자란 점에서 애를 먹는 듯하다. 다른 시·도교육감들이 우선 2~7개월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전북은 유일하게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유보(유치원-보육)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은 5.7% 증액 편성됐는데 교육예산은 도리어 3.3% 감액 편성됐다.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수석 부대표가 회동한다. 김 교육감은 현행법을 이유로 들어 예산 편성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 ‘팬’인 어린이를 찾을 수 있는가.

소인섭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