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BURN OUT) 증후군을 아시나요?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을 아시나요?
  • 김형준
  • 승인 2014.11.23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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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케이블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고 있는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평생 바둑 프로기사가 되고자 노력했으나 입단에 실패하고, 사회생활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주인공이 대기업 무역상사에 고졸 인턴사원이 되면서 경험하는 직장 내의 치열하고도 다양한 직장인의 모습을 다룬 드라마로 생생한 현실감을 통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방송된 에피소드에서 박과장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다룬 내용이 있었다. 한때는 무역상사 철강팀의 에이스 사원으로 불렸고 큰 실적을 내며 중동통으로 인정받고 나름 상사의 두툼한 신임을 받고 있으나 직장에서 게임이나 하고 근무시간에 사우나를 다니고, 당구를 치며 땡땡이를 일삼아 팀원과 갈등을 겪은 인물이다. 상사 앞에서는 아첨하고 돌아서면 안면몰수 하는 표리부동하기도 하고 태만한 업무태도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고졸 출신 주인공을 핍박하면서 시청자들의 혈압을 상승시키는 악역인데 결국 페이지회사를 만들어 허위 계약으로 실적을 부풀리고 뒷돈을 챙기는 비리가 발각되어 회사에서 축출되고 만다. 하지만, 그는 한때 의욕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회사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모범 사원으로 승승장구 했지만 가정도 잊어버리고 밤낮으로 일중독 자처럼 일하다가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지치고 조직 안에서 자신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정신의학에서는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는 탈진증후군, 소진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을 말하는 것으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하던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무기력감에 빠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의 정신분석 의사인 H. 프뤼덴버그가 처음 사용한 심리학 용어인데 그는 이 증후군의 최초의 예를 자신이 치료하던 한 간호사에게서 찾았다고 한다(실제 우리나라 간호사의 7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적 있다고 한다). Burn out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여 연소증후군이라고도 하며, 이 명칭은 어떤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가 어느 시점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에서 따온 말이다. 이 증상은 이상만큼 일이 실현되지 않을 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그리고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였을 때 나타난다. 번아웃 증후군은 대체로 이상이 높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 붓는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이나 지나치게 적응력이 강한 사람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복잡한 사회변화가 계속되는 현대에 주로 나타나는 일종의 현대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증상을 보면 일단 극심한 무기력감을 중심으로 수면장애, 두통,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증상과 함께 피로감, 주의집중력·기억력 같은 인지기능의 저하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 직무 거부, 우울증, 자기혐오, 자살사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OECD 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보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이 문제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 일부 보고에 의하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한국 직장인의 약 85%가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 증후군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난해 평균 근무시간은 총 2,090시간이며, 하루 평균 10시간 30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잘 일으키는 것은 비단 긴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하수직적 직장문화, 개성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전체주의적 조직문화 점,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는 남녀차별, 거친 회식 문화 등 다양한 원인이 직장인의 직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증후군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업무량과 업무시간을 줄이는 것이겠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다양한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는 데 우선 모든 것이 다 소진되기 전에 재충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몇 가지 제시하면 첫 번째가 쉴 때는 충분히 쉬자는 것이다. 특히 숙면이 중요한데 충분한 수면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로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배우자나 회사 내 멘토를 두어 대화 상대를 만들기, 셋째는 너무 업무가 복잡하면 책상정리나 명함정리 등과 같은 단순 업무를 하면서 머리를 식히기, 넷째는 운동 등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기 등이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스스로 병원의 스트레스클리닉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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