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과 불신감이 혼재한 전북 사회
자부심과 불신감이 혼재한 전북 사회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11.21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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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는 전북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81.2%는 타인 믿지 못해

 자부심과 불신감…. 전북도민들이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동시에 느끼는 두 개의 감정이다. 전북인이라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이웃을 믿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전북도민일보의 창간 26주년(22일) 도민의식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전북인이라는 개인적 감정은 자부심으로 수렴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나 믿음은 신뢰감을 갖고 있지 않은, 대척점의 두 감정이 혼재한 전북 사회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도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 동안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 직접 전화면접으로 진행했다.

 ■도민의 사회적 신뢰도

지역민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만약 집 근처에서 20만 원이 든 지갑을 분실했을 때, 돈이 있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얼마나 기대하느냐”는 우회적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응답자 10명 중 한 2명 가량(18.8%)만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것”이란 신뢰감을 표시했고, 나머지 81.2%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불신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인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점이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실제 불신 응답자를 대상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 3명 중 1명 가량(35.2%)이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강한 불신을 드러냈고, ‘매우’ 기대한다는 답변은 4.0%에 불과했다.

 불신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연령을 떠나 공통적이었다. 돈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비중이 30대(90.1%)와 50대(89.9%)의 경우 90%를 기록했고, 40대(78.5%)와 60대 이상(76.1%)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순수성과 정직함으로 대변할 수 있는 20대 이하 젊은 층의 불신 비율도 72.6%를 차지,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이 깔렸다는 분석을 낳았다. 직업별 조사에서도 대학생의 불신 응답이 69.8%로, 유일하게 70%를 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는 우려다.

 학력별로는 고학력일수록 불신의 정도가 강했다. 중졸 이하의 불신 비율은 77.6%이지만 고졸은 81.9%로 올라갔고, 대학 재학 이상은 82.2%로 다시 상승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라는 응답자보다 진보의 답변자가 불신의 골이 더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 성향의 불신 비율은 73.9%이지만 진보 성향은 86.5%로, 양자 간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중도의 불신 비율은 85.8%였다. 전북을 6개 권역으로 나눈 지역별 불신은 익산이 88.7%를 기록해 유일하게 90%대에 근접했고, 김제·완주도 83.1%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나머지 지역들은 77.8%에서 81.9%의 박스권을 형성했다.

 충격적인 점은 불신의 벽이 절대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보와 전북도가 2년 전에 발표한 ‘2012 전북 사회조사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불신 비율이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전북도 역시 당시 “집 근처에서 20만 원이 든 지갑을 분실했을 때, 돈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얼마나 기대하느냐”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도의 조사 시점은 2012년 10월 11일부터 같은 달 19일까지이며, 전북의 5천 가구를 표본으로 했다.

 그 결과 도(道)의 조사에서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80.3%를 기록, 본보의 조사(81.2%)와 1% 포인트의 격차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본보(35.2%)와 도의 조사(37.0%)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다만 “기대한다”는 응답이 2년 전 전북도의 조사에선 7.7%에 불과했으나 본보 조사에서는 18.8%로 올라간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런 현상은 2년 전 조사에서 ‘보통’이라고 응답 한 중간지대의 지역민들이 ‘보통’ 항목을 두지 않은 본보의 여론조사에서 ‘기대’ 쪽으로 기운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본보 조사에서 모름·무응답 비율이 0.2%에 불과했는데, 도의 2년 전 조사에서 ‘보통’ 답변은 12.1%를 차지해 중간지대의 이동을 확인해줬다.

 ■ 전북도민으로서 자부심

 불신은 깊지만, 자부심은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의 이번 조사에서 “전북도민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자랑스럽다”는 답변이 63.6%,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응답이 31.5%로 분석됐다. 자랑스럽다는 응답 중 “매우 자랑스럽다”는 비율도 18.7%로 나타나, 도민 10명 중 2명가량은 자부심이 대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혀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답변은 4.9%였다. 자부심 비율은 20대 이하(75.7%)에서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직업별 조사에서도 학생들의 자부심(80.5%)이 유일하게 80%대에 진입했을 정도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 청년기의 자부심이 일관된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뜻밖에 30대와 50대의 자부심 비율은 각각 55.1%와 52.5%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의 자부심(66.5%)이 진보의 것(57.3%)을 앞섰고, 중도 성향은 66.4%로 중간에 끼었다. 지역별 자부심은 정읍고창부안 권역이 74.5%로, 유일하게 70%대를 나타냈을 뿐 나머지 권역은 모두 60%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런 자부심 비율은, 같은 질문을 던진 2년 전의 전북도 답변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도내 5천 가구를 샘플로 한 2년 전 조사의 자부심 비율은 “매우 자랑스럽다(7.0%)”는 답변을 포함해 24.6%였다. 당시 조사에서 ‘보통’이라고 답변(59.9%)한 사람들이, 본보 조사에서 ‘자랑스럽다’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 10년 후 전북거주 의향

 불신과 자랑으로 혼재한 전북 사회, 과연 10년 후에도 전북에 거주할 의향은 어느 정도 될까? 본보 조사 결과 응답자의 무려 81.3%가 “거주할 계획이다”라고 답변한 반면 “거주하지 않을 계획이다”는 응답은 13.4%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5.3%였다. 대부분의 도민은 10년 후에도 전북에 거주하며 삶을 영위할 것이란 분석을 가능케 한다.

 전북거주 의향 비율은 연령대와 정비례했다. 20대 이하의 거주 비율은 61.8%에 머문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77.3%와 81.8%로 올라갔고, 50대와 60대 이상은 85.1%와 92.3%로 다시 껑충 뛰었다.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앞으로 10년 후에도 전북에서 살겠다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대학생의 거주 계획 비율이 62.6%로, 가장 낮다는 점이다. 경제난과 실업 문제 등이 전북의 젊은 층을 압박하며 3명 중 1명가량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 역시 2년 전의 전북도 보고서와 엇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5년 후의 정주 의향을 물은 도의 조사에서 “거주할 계획이다”고 말한 비율은 86.2%였고, “거주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3.8%로 조사됐다. 비(非)거주 의향 비율은 본보 조사(13.4%)와 거의 일치한 셈이다.

 한편 본보 조사는 유선전화 임의전화번호 걸기(RDD) 방식을 적용해 지역별·성별·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법을 적용했고,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다. 응답률은 15.7%였으며, 남성 246명에 여성 254명, 20대 이하 81명에 30대 84명, 40대 101명, 50대 96명, 60대 이상 138명 등이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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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각성해야 2014-11-24 15:34:57
시의원들 쌈박질에 덕진보건소 수년째 표류하는 것봐라 시의원들이 앞장서 헐뜯고 불신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