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무상보육의 약속을 지켜라
정부는 무상보육의 약속을 지켜라
  • 이동백
  • 승인 2014.11.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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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은 무엇에 근거하여 무상교육을 받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헌법31조 3항이다. 헌법 31조 3항에 의하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현재 의무교육의 연한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에 해당한다. 이 9년 동안 학생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수업료를 면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준비물 등 교육에 소용되는 각종 교육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급식은 어떨까? 학생들이 학교에서 급식해야 하는 경우는 학교의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즉 정부가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역시 당연히 교육비용에 포함되는 것이지 복지비용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영유아와 관련해서는 유치원에 해당하는 유아교육법과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영유아보육법이 따로 존재한다. 당연히 유아교육에 관한 내용들은 교육부의 소관이고, 영유아보육에 관한 내용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이다. 이 두 법 속에서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의 사항들이 규정되어 있고 구체적인 시행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3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무상으로 하되, 그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물론 국가는 보건복지부이며 지방자치단체는 교육감이 아니라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이다. 그런데 요즈음 언론에 오르내리는 누리과정의 문제는 이 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대통령령 23조에서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라고 규정하면서 발생했다.

 지방재정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이란 국가가 각 시도 교육청에 할당해주는 교육예산이다. 이 교부금을 가지고 각 시도 교육청은 유치원, 초등, 중등학교를 운영하고, 교직원의 보수 지급 및 각 시도별 교육사업을 전개한다. 현재 정부의 주장은 이와같이 유치원 초·중등 학교에 쓰이는 예산의 일부를 잘라내어 시도교육청과 전혀 무관한 보건복지부 산하의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교육법이나 교육법 시행령이 아닌 보건복지부 시행령을 통해서 말이다.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시행령이 상위법인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이런 혼란에 대하여 각 시도 교육감들은 법령에 의한 원칙대로 예산을 시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시도 교육청에서는 어린이집에 소요되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돈의 문제인데 그렇잖아도 재정이 쪼들리는 각 시도교육청으로서는 정부의 주장이 무리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학부모들과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유치원 입학 경쟁률은 치열해지고 어린이집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는 거의 없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도 11월 19일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경기, 강원, 전북 교육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교육감들에게 누리과정 예산을 긴급하게 편성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현재 무상보육의 시행령이 영유아 보육법 위반이라는 교육감들의 지적을 시인했다고 한다. 아울러 2016년 예산편성 전까지 영유아교육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황 장관은 시·도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관련하여 국가예산과 시·도교육청 예산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예산규모는 모두 5,000억 원에서 1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예산의 지원방식은 지방채와 국고의 중간단계인 준국고성 예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해결의 물고는 어느 정도 트였다고 보여진다. 정부는 그렇잖아도 쪼들리는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예산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이동백<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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