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수능과 출제 논란
물 수능과 출제 논란
  • 박세훈
  • 승인 2014.11.1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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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초·증등에 걸친 12년 보통교육을 청산하는 수능이 끝났다. 초등 이전의 유아교육이나 재수에 투자한 시간까지 합치면 수능시험을 치루는 사람의 당일까지의 모든 교육과 인생을 결산하는 중요한 시험이 끝난 것이다. 노심초사하며 시험을 치룬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나 선생님, 출제자, 검토자 등에 이르기까지 애쓴 사람들에게 우선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번 수능시험도 작년에 이어 난이도 조절과 출제오류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능시험은 그 결과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달라질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서 치르는 시험 중에 가장 대표적인 고부담 시험인 만큼, 수험자 가족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하긴 우리 국민 중에 수능시험과 무관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당장 이번 시험은 아니라 하더라도, 장치 수능을 치를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교원들까지 합치면 수능시험은 온 국민이 치루는 시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수능시험은 대학수학능력을 가름하는 시험의 성격이 강하다. 대학 입학의 중요한 관건인 만큼 변별력이 중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시험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얼마 전부터는 변별력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

  쉬운 수능 출제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변별 기능을 잃어버린 시험에 언제까지 메달려야 할지 혼란스런운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수험생의 실력보다는 실수로 점수가 갈리는 물 수능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이른바 수도권 대학이나 지방의 인기학과의 경우는 수능성적으로 변별력있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이번 수능시험은 작년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 오류의 후유증이 심각하게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시험이여서 출제 오류 논란이 시험 이전부터 제기되었다. 그런데 영어와 생명과학Ⅱ 문항의 출제 오류문제가 제기되어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작년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금년에도 최소한 출제 오류사태는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출제 오류가 학생들에게서 제기된 점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수능시험의 이러한 오류 논란은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달여의 짧은 출제기간도 문제이거니와 출제와 검토를 담당하는 전문가 풀도 한정되어 있고, 학연과 지연 등에 얽매여 있어서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도 있는 것 같다.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작년과 금년에 제기된 난이도 조절과 출제 오류의 문제는 현재와 같은 수능정책이 고수되는한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입시 제도 개선 정책과 맞물려 있기는 하지만, 대학입시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해주어 대학 스스로 책임있는 행정을 하도록 지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비를 우려하여 대학을 옥죄는 방향으로는 대입제도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험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는 미국의 수능시험이라 할 수 있는 SAT나 전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TOEFL이나 TOEIC 시험 문항을 아이템풀로 만들어 수백명이 넘은 테스팅 전문가를 고용하여 표준화검사로 제작하여 언제든지 상시적으로 시험을 치룰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고 있는 점은 수능제도 개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달 여의 짧은 기간에 평가의 모든 준거를 충족하는 시험문제를 만드는 것이 원천적으로 가능할까? 정해진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서 해마다 출제하는 문제를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변별력까지 갖춘 시험 출제가 가능할까? 문제가 있는 시험을 이후에도 치러야 할 학생들에게 고통을 덜어주었으면 한다.

 박세훈<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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