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천단마을 사람들 “영화 찍어요”
정읍 천단마을 사람들 “영화 찍어요”
  • 고길섶
  • 승인 2014.11.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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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섶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람들을 보다 ⑨

 “교실에서 모든 장면이 이루어진다. 출연진 8명이 각자 자신이 맡은 배역에 따라, 좀 유머러스하고 바보스러운 카리스마로 연기를 하게 되며, 우리나라 현 정세를 그리고 잘못된 정치인 그리고 공무원 등 국록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국민들의 답답함과 잘못되어가는 이 나라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비판하고자 해서 간단하게 꾸며보았다. 공자님과 학생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하는 형식과 사이사이 걸맞은 변형된 노래를 짤막하게 몸을 흔들어가면서 합창하고 얼굴 표정과 목소리(톤)를 재미있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16분용 영화 ‘얼씨구학당’의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시놉시스의 일부다. 정읍 신태인의 천단마을에서 운영하는 유기농식당 ‘행복한 농장의 아침’ 2층에서는 마을 주민들 10명 가량이 연기를 하며 영화 촬영에 열심이다. 총괄 진행하는 주강사 김정훈 선생과 촬영하는 강사진을 제외하고는, 시나리오 작성에서부터 배역에 감독까지 주민들이 직접 맡았다. 여든 나이는 들어보이는 할머니도 한 역을 맡아 차분하게 소화를 해내고 있다. 그동안 교육과정을 통해 뉴스 촬영만 일곱 차례나 하다 보니 교육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재미있어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단다.

 주민 리포터를 내세워 유기농 포도 농가를 취재하고 귀농인 이야기를 인터뷰하여 영상뉴스로 제작을 하니 사람들이 좋아하며 자기 농가들을 취재원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리포터로 나선 어떤 이는 재미있게 하려는 장난끼를 부리다 포도 상품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해당 농가로부터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고.

 농촌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시키겠다고 무모하게(?) 뛰어든 사람들은 정읍에 있는 전북영상협회 사람들이다. 기획자는 전북과학대학교 방송연예미디어과 교수인 현철주 선생이고, 주강사는 같은 과 강사인 김정훈 선생이다. 이들은 2006년에 전국 최초로 전국 실버영화제를 개최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해올 정도로 삶의 현장과 밀착해 생활 속의 미디어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신명나는 미디어, 소통하는 미디어, 늘 가까운 미디어, 써먹을 수 있는 미디어를 주창한다. 현철주 교수의 말이다. “요즘은 미디어시대잖아요. 영화, 드라마, 뉴스,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영상 등 누구든 다양한 미디어를 접할 수 있어요. 누구든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 있고요. 우리 곁엔 스마트폰, 가정용 캠코더와 편집할 수 있는 컴퓨터 등 얼마든지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거든요. 미디어문화를 통해 삶의 행복을 더해주고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계 회복, 문제 해결의 도구로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니까요.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지역주민들의 삶 한가운데에 있답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풀어낼 수 있는 미디어, 삶과 늘 가까운 곳의 미디어를 창출해야겠죠.”

 그런데 알고 보니,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주민들은 정작 미디어문화론 따위는 관심에 없다. 참여하는 즐거움, 직접 출연하는 기쁨과 희열을 통해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할 뿐이다. 미디어를 도구로 즐기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김정훈 선생이 교육을 하면서 든 생각이다. 교육방식에 시행착오도 있었단다. 그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하듯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들었죠. 상호 소통적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는 처음이네요. 이게 더 효율적이고 의미있어요. 마을분들에게도 조금씩 스며드니 기대감이 더 있고요”라고 귀띔한다.

  저녁내 <얼씨구학당> 영화 촬영을 마치고 교육 참가자들 모두가 한마디씩 거든다.
 “어줍잖습니다. 이게 그냥 다 재밉니다.” “남녀노소 만나서 어울리는 게 참 좋습니다.”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칩니다.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풍자와 해학이 서로간의 마음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네요. 일원이 된 게 기뻤습니다.”
 “시나리오 작성하고 엉터리 감독까지 해봤는데, 같이 어우러져 시대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소리 내봤어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소지는 피했어요.”
 “단 하루도 신앙생활 없이는 살 수 없는 저이고, 제 신앙과 안 맞는 부분이 많았지만 함께 열심히 했네요.”

 글·사진=고길섶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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