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찬 본보 사장, 못다 한 이야기
임병찬 본보 사장, 못다 한 이야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11.1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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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언론계의 원로이자 전북사회 큰 어른인 임병찬(78) 전북도민일보 사장이자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그가 최근 언론인으로 살아온 발자취를 돌아보는 회고록 ‘역사의 망루에 서서(신아출판사)’를 펴냈다. 방송과 신문 두 영역을 통해 취재기자에서 CEO까지 활동한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한 회고록은 전북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창’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반세기에 달한 언론계 원로의 인생을 반추하고 회고록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최근 언론인으로 살아온 5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회고록 '역사의 망루에 서서'를 출간한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사장이 회고록 집필 계기와 반세기동안 급변하는 역사의 현장과 함께 해 온 그간의 삷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상기 기자
- 현직에서 언론인 생활 50년을 맞은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거의 없다. 이번 회고록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 내 삶의 후일담을 통해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고 후배들에게 열정을 갖고 한우물을 파면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집필했다. 힘든 세월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험로를 개척했던 지방 토박이의 기록은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는 언론 선배로서의 막중한 의무감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위함에서다.
  

임병찬 사장 저서
 - 책 속에 격동의 시대, 어린 시절과 청소년, 청년기를 담았는데 어떻게 보냈는가.

 ▲ 진안이 고향으로 공직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전주로 유학 왔다. 하지만, 6.25사변 이후 가세가 급격히 기우는 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게 됐다. 전주북중학교 재학 시절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시험장에서 쫓겨나는 가난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전주고 입학과 함께 2년 6개월 동안 신문배달을 하며 주경야독의 꿈을 키웠다. 고교 때부터 식구들의 생활비까지 벌어야 했던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시절 신문배달을 그만두고 독하게 공부했지만, 대학에 낙방하면서 처절한 좌절을 겪었다. 고난을 딛고 다시 공부에 매진해 1957년 12월 고려대 문리대 사학과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이번엔 대학 등록금이 없어 다시 절망에 빠졌다. 이때 전주고 배운석 교장 선생님과 후일 전북일보 사장을 지내셨던 서정상 박사의 도움으로 마감 직전 가까스로 등록금을 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생면부지의 서울로 혈혈단신 올라가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길거리에서 누드 잡지를 팔다 선배에게 뺨을 맞고 가난의 설움에 미친 듯이 운 적도 있다.
  

 - 전북사랑, 고향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안다. 세간에서는 “왜 투사처럼 싸우느냐”고 묻는다.

 ▲ 나는 언제나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이후 용공과 반공, 좌익과 우익이 서로 대결하던 시대에 어린 날을 보냈다. 보릿고개 청년기를 지나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 투쟁을 거쳐 보수와 개혁의 싸움에 이른 최근까지 50년을 언론사에 몸담아왔다. 전북의 역사는 홀대의 역사라 생각한다. 70년대와 80년대의 개발연대기엔 거점 성장론의 희생양으로 전락, 전북은 항상 후순위로 밀리는 비운을 겪었다. 내가 언론사에 입사할 당시인 1965년에만 해도 260만 명에 달했던 전북의 인구는 반세기 동안 무려 70만 정도가 줄어 187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끝없이 뒤로 밀려나는 전북의 운명은 한 저널리스트의 삶과 철학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그때부터였다. 기독교 신자인 나는 유독 가난과 맞서 투사처럼 강하게 싸웠다. 때문에 지역이 먹고살 수 있는 길이라면,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저돌적일 수밖에 없었다.
 

 - 새만금과 LH 투쟁, 지역의 현안에서 늘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로서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데.

 ▲ 전북은 너무나도 먹고살기 힘든, 척박한 땅이다. 나의 머릿속엔 ‘가난 탈피, 낙후 탈출’의 절박함이 떠나지 않았다. 때문에 새만금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새만금 사업이 흔들릴 때마다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2006년 4월 21일, 정확히 오후 1시 10분 세계 최장의 33km 새만금 방조제가 16년 갈등과 논란과 질곡의 역사를 뒤로하고 마침내 하나로 이어지는 환희와 흥분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새만금 투쟁이 서해안 비전 창출을 위한 항쟁이라면 LH공사 본사 유치는 내륙의 희망을 담아내기 위한 싸움이었다. LH유치 문제는 정부는 물론 영남지역과 겨루는 어려운 싸움이었다. 3년4개월 동안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시위집회 등 100회가 넘도록 투쟁에 앞장섰다. 그럼에도, LH는 경남으로 넘어갔다. 대신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가 동반 이전하게 된 과정을 보면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애향운동본부는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전북에만 존재한다. 도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 주기 위해 정신부흥 운동이 일었다. 애향운동의 시발점이다. 애향운동 초창기부터 적극 참여하게 된 세월이 어느덧 37년이다. 8대부터 11대까지 4번 연임으로 총재에 취임한 것도 과분한 영광이다.
 

 - 전북인재 등용에 소홀했던 역대 정권에 쓴소리 하는 등 지역 발전에 헌신한 일화들이 가슴을 울렸다. 그러한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 DJ정부 시절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특별회견에서 전북을 역차별하고 홀대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굳어졌고, 그럴 일은 꿈에도 없음을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중앙부처의 허리 부분의 인사 때 전북을 챙겨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2004년 9월에는 지면을 통해 ‘대통령, 이제 전북을 잊었나’란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 눈 밖에 날까 두렵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지역 언론 CEO 입장에서 어떤 때는 직을 걸어야 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진정한 민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민의에 따르는 언론 보도를 한다면 어떤 위기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언론 철학이다.
 

임병찬 본보 사장 출판기념회. 전북도민일보 DB.
 - 끝으로 언론계의 후배들과 전북도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나는 언론인 생활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역사를 살펴보고 자신의 몫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CEO 생활만 족히 25년이 된다. 급속히 변하는 현대사의 최일선 현장에서 숱한 사람을 만났고, 하늘의 별만큼 많은 대화도 나눴다. 자괴감과 실의에 빠진 후배들에게 ‘한우물만 파면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찬 메시지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나름의 보람을 느낀다. 어떤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 꿈은 용기를 먹고 좌절은 그것을 토해낸다. 희망이라는 자양분은 새로운 꿈을 꾸도록 다시 용기를 준다. 끝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젊은이여! 한우물을 파라. 그러면 반드시 꿀물이 나올 것이다.”

 

 김미진 기자 

 

 【임병찬 사장이 걸어온 길】 

 -1936년 진안출생

 -전주고·고려대 사학과 졸업

 -1965년 전주문화방송 기자

 -1984~1989년 전주문화방송 상무이사

 -1986년 국제라이온스협회 309-F지구 부총재

 -1992~1995년 전주문화방송 사장

 -1992년 전북애향운동본부 부총재

 -1995년 전북도민일보 사장(현)

 -1995~2001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전북지사 회장

 -1996년 장애인먼저실천협의회 전북회장

 -2000~2002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2004년 전북애향운동본 총재(현)

 ◇상훈

 -국민포장(대통령, 1985년)

 -효자상(보건사회부장관, 1986년)

 -서울언론인클럽 향토언론인상(1999년)

 -교통사고줄이기운동범국민대회 대통령표창(1999년)

 -석탑산업훈장(2007년) 등 다수

 ◇저서

 -갯터의 비록(대흥정판사, 1989년)

 -지방방송의 현실과 미래(삼화출판사,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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