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차원의 가축 매몰지 관리 프로그램 개발
전북도 차원의 가축 매몰지 관리 프로그램 개발
  • 김현수
  • 승인 2014.11.1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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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문명과 과학의 발전은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20세기 들어서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많은 전염성 질병으로부터 해방을 가능하게 하였다. 7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장티푸스나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인한 집단 발병 사례가 매년 여름 뉴스에 보도되고는 하였는데, 최근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이러한 질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었다.

  실제,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인간 사망원인의 순위를 따지면 전염성 질환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2008년 미국의 보건 통계센터 (The United States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독감으로 인한 폐렴과 후천성 면역 결핍증 (AIDS)이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미생물에 의한 전염성 질병은 더 이상 순위 안에 들어 있지 않다.

 이렇듯, 인간에 대한 의료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인간을 감염시키지는 않지만, 중대한 사회, 경제적 도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가축 전염병이다. 가축 전염병은 육류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적인 사육 형태가 증가하면서 그 발생 빈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고, 도내에서도 최근 AI로 불리는 조류 인플루엔자 (avian influenza)의 발생으로 인해 도내 축산업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이 외에 2010년에는 국가 사회적 불안감을 유발할 정도로 큰 규모의 구제역 (foot-and-mouth disease)의 발생이 호남지방을 제외한 전국에 걸쳐 일어난 바 있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은 모두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대부분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시작되어 기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3, 4월까지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균과 달리 낮은 온도와 습도하에서 활동성이 증가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기인한 바 크다.

 동물성 전염병이 발발하게 되면 특별한 치료제가 개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동물로부터 일정 반경 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모든 감수성 동물을 폐사시키고 땅속에 매립하게 된다. 이렇게 조성된 매몰지의 규모는 다양하며 그 숫자는 축산농가에서 임의로 조성한 소규모 매몰지까지 포함한다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립된 동물의 사체는 매몰지 내에서 천천히 부패하며 여러 가지 부패산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들이 매립지 외부로 유출되어 지하수와 합쳐져 흐르게 되면 침출수가 되는 것이다.

 동물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향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그 발생을 막고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조성된 매립지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병원균을 포함한 오염물질의 자하수자원으로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경우에야만 전염병의 창궐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후자에 투자하는 노력이 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부분적으로, 매립지에서 유출되는 바이러스성 병원균이 지하수 환경에서 어떻게 거동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한가지 고려할 사항은 매립지가 조성될 때, 실제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개체는 매우 소수라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로 침출수 내에 병원균이 있다 하더라도 그 개체수는 매우 낮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시하고, 병원균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실제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판별이 분석하는 시료의 위치와, 양, 숫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간 매몰지 주변 오염문제에 대한 검토와 관리는 중앙정부에 의해 주도되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조사 및 연구 결과도 동물전염병의 발생을 막거나 매립지로부터 오염물질의 유출을 효율적으로 방제하고 있다고 지시해주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타 도에 비해 녹축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북의 경우 그 위험성이 더 큰 것은 아닐까?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 할 때마다 그 확산의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시작 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발밑에 언제든 전염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인자가 항상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부분적으로라도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부처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지만, 도 자체적으로 매립지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적인 연구 및 조사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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