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원전쟁과 독일의 교훈
복지재원전쟁과 독일의 교훈
  • 최낙관
  • 승인 2014.11.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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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복지재원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전쟁은 종식될 수 있을까? 여기에 정치권까지 합세하면서 복지재원에 대한 공방은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한마디로 정부 간 힘의 논리와 여야 간 정치논리가 미묘하게 얽히면서 국민의 복지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느낌이다. 이미 2010년 무상급식은 지방선거의 거대 이슈로 부상하며 정치권의 복지논쟁을 점화시켰고 이를 도화선으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복지논쟁은 늘 정치권의 화두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복지정책과 복지예산은 결과적으로 확대되었지만 이를 둘러싼 복지갈등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잠재된 위험으로 남아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 누가 복지재원을 책임져야 하는가에 있다. 복지예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복지비 부담을 지방에 전가하려는 중앙정부와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는 재원 마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복지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 책임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미 얼마 전 전국의 기초단체장들은 더 이상 무상보육 및 기초연금 부담을 할 수 없다는 복지디폴트를 선언하며 중앙정부의 복지책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급기야는 최근 경상남도에 이어 경남 기초자치단체장들 모두가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결정이 향후 전국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늘어나는 지자체의 복지비 부담을 인내하기 어렵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본 사안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간 누적된 복지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행 법률에 따라 누리과정, 즉 3~5세의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의 지방부담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복지비 부담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선 공방은 국회의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심사과정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복지전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가 지급중단을 의미하는 복지디폴트를 선언했다고 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사안이 아님을 누구나 직감할 수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가 복지를 위한 약인지 독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복지는 대표적인 분배정책 중 하나이고 그 핵심이 재원이지만 지방세 감소와 매칭비용의 증가로 복지를 위한 자주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면, 자치단체 빈곤의 악순환과 복지지체는 명백히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에 속하는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 복지디폴트 선언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복지전쟁의 피해자가 국민이라는 점을 아는지 이제는 따져 물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힘의 논리를 앞세운 정쟁이 아닌 ‘어떻게’ 라는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예컨대 지방재정을 강화하고 나아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데 초석이 되었던 독일의 ‘공동세’ 제도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공동세란 한 개 세목의 세수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세금을 의미하며,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와 달리 독일의 경우, 연방정부와 주 등 자치단체가 세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세를 기반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재정조정을 통하여 지방정부의 재정권을 보장하는 한편, 부유한 지방자치단체와 가난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동세 제도는 특히 통독 전에는 서독지역의 지방정부간 재정력 격차를 크게 완화시켜주었고 통독 후에는 동독지역의 재건에 크게 기여함으로서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공동세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에 대한 공동이용방식을 채택하여 그 세입을 일정 비율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배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닌 제도도입을 위한 지혜와 결단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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