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울고 싶다
학부모는 울고 싶다
  • 조미애
  • 승인 2014.11.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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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해 왔던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가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함으로써 지난 주말 전국 시·도교육감회의에서 일부나마 편성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라북도교육청은 현행법 체계상 어린이집은 시·도교육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은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 등으로 강원도교육청은 예산도 부족하지만 법률이 정한대로 할 뿐이라면서 끝내 편성하지 않았다. 지방채라는 것이 결국은 언젠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갚아야 할 빚이고 더구나 이번에 시급하게 편성된 누리과정 예산도 겨우 3개월 내외의 것에 불과하여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도교육청의 결정에 학부모는 울고 싶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모두가 미래의 대한민국을 보다 풍요롭게 설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정부여당에서 시작한 무상보육과 야당의 정책으로 출발한 무상급식이 세수 부족으로 인하여 정치적 쟁점화가 되면서 ‘유모차 부대’와 중고생 자녀를 둔 4050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질까 우려된다. 무상급식은 2010년 전교조 출신인 경기도교육감이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학대되었으며 2012년에는 박근혜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되면서 ‘국가책임의 무상 보육제도’를 공약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방향이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태를 통해 무상급식은 진보이고 무상보육은 보수의 정책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공약은 말 그대로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최근에 교육부가 제출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중기사업계획서에는 누리과정 및 고교무상교육지원 예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0원’으로 반영한 사실이 알려졌다.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개인 간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상례인데 하물며 대통령이 공약한 사항에 대하여 정부 부처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현대 정치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45세에 총리가 되어 무려 23년간을 재임한 타게 에를란데르Tare Erlander를 선택한다. 그가 총리가 되었을 때만해도 스웨덴의 복지와 경제 수준은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훨씬 모자란 수준이었는데 1969년에 하야할 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분배체계가 잘 구축된 사회로 바뀌어 있었다. 총리직을 그만두었을 때 돌아가 살 집 한 채도 없는 청렴한 정치인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복지 강국인 스웨덴은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복지 예산을 축소하는 한편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예산을 늘리는 과학적 방식을 법제화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재정 적자를 보았을 때 3년 이내에 균형 재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명문화되어 있다. 이처럼 복지정책에는 반드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투명하게 밝히고 만일의 경우에 대한 경우의 수를 분석함은 물론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우리도 복지정책의 확대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증세나 비과세의 축소 그리고 사회보험료 인상 등의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위해 편성되는 예산에 필요 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 예산의 규모와 철학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되어야 하며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교부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 역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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