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려면 부모의 강한 의지·지속적인 관리 필수
개천에서 용 나려면 부모의 강한 의지·지속적인 관리 필수
  • 박기훈
  • 승인 2014.11.1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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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본보에서 “공무원들 94%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기사를 접하고 필자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특히 ‘현재에는 교육사다리가 없어졌다’는 기사 문구는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교육사다리’란 가난하고 힘들어도 열심히 공부하면 경제적, 사회적 신분이 상승할 수 있다는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을 사다리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신분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인 교육사다리가 없어졌다면 사실상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날 방법이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신입생들 부모님의 직업을 분류해보면 자영업자와 농수축산업자, 숙련공과 비숙련공을 다 더해도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농수축산업자와 비숙련공의 경우에는 각각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기에서 기회균등전형 같은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 수는 훨씬 적어지고 해가 지날수록 저학력, 저소득층 부모를 둔 학생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빈곤이 대물림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는 것일까?

 필자는 부모의 강력한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IMF환란이후 잇따른 사업 실패와 9년3개월간의 어머니의 긴 암 투병생활로 인해 살고 있던 59평 아파트를 팔아 빚잔치를 하고 보증금 300만원에 월25만원인 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너무도 어렵고 고통스러워서 삶을 포기하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죽을 각오로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시작했다. 생활비도 턱없이 부족한 판에 학원이나 과외는 엄두도 못 내고 부부가 매달려서 세 아이의 공부를 돌보기 시작했다. 큰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사교육비 안들이고 큰아이를 서울대에 진학시킨 방법들을 요약해 정리하자면, 먼저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책상에서 3시간 이상을 같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공부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모르는 단어나 용어들이 나오면 그때마다 스스로 찾아서 적확한 뜻을 노트에 정리하게 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미루지 않고 당일 복습을 통해 숙지하게 했으며 영어, 수학 등 기초가 필요한 과목은 학교수업 복습과 병행하여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 교과서와 문제집을 통해 공부하여 개념을 잡고 기초를 다졌다. 공부의 focus를 고등학교 진학 후 경쟁력을 갖추는데 맞추고 중요한 과목부터 차곡차곡 정리해갔는데 여러 번 반복하게 하여 공부한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학습을 시켰다.

  매일 매일 아이가 공부한 내용을 꼼꼼하게 점검했고 문제점들이 발견되면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했고 우리 능력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인터넷이나 주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갔다. 그 결과 중상위권이던 성적은 연합고사 180점 만점에 171점을 받아서 반에서 1등을 했다.

  연합고사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겨울 방학기간에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강남구청 인터넷강의를 들으며 주요과목 위주로 하루 8시간씩 공부하며 고등학교 진학을 대비했다. 완산고등학교에 배정받아 전교 27등으로 간신히 기숙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생활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심화 학습반에 들어가서 학교방침에 잘 따르며 공부했고 3년 동안 학교기숙사에 기거하면서 부족한 과목은 인터넷 강의나 EBS 강의를 PMP에 담아 반복해서 공부하며 채워 나갔으며 다른 사교육은 받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중상위권의 성적에 평범했던 아이가 서울대 경제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갈 수 있었던 비결은 사교육이 아닌 부모의 강력한 의지와 아이의 노력과 지속적인 관리가 조화를 잘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내신시험이나 대입수능시험은 교과과정에 밖의 내용은 출제할 수 없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아이에게 교과서 위주로 철저히 반복하여 복습해서 완전학습을 하게 한 것도 주효했다. 필자의 둘째아이도 형과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고 2015년 대입 수능을 치렀다. 잘하면 형제가 같은 서울대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희망의 끈을 절대로 놓지 말고 조금 더 노력해보자. 폭은 좁아졌지만, 교육사다리는 존재하니까.

 박기훈<공부발전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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